(워싱턴 AFP=연합뉴스) 파키스탄이 핵무기를 개발하면서 미국에 철저히 거짓말로 일관했으며, 뒤늦게 이를 안 미국도 아프간 주둔 소련군 무력화와 9·11 사태 이후 테러와의 전쟁 수행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이를 묵인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런 사실은 정보공개법(FOIA)에 따른 신청 절차를 거쳐 25일 자로 해제된 레이건 행정부 시절 외교 메모 등 일부 기밀문서에서 확인됐다.
이에 따르면 미국은 지난 1980년대 파키스탄이 핵무기 개발 계획을 미국에 철저히 감추는 것으로 결론지으면서도 아프간 주둔 소련군에 맞선 이슬람 반군 세력에 대한 파키스탄 정부의 지원을 고려해 이를 묵인했다.
메모에는 독대 자리에서 지아 장군이 "아주 예의 바르면서도 편안한" 태도로 핵무기 개발 사실을 전혀 알지 못한다는 거짓말과 함께 이런 소문을 관계 부처에 알아보도록 지시하겠다는 내용도 들어 있다.
"핵무기 개발 계획과 관련해 지아가 진짜로 모르는지와 관계없이, 내가 아는 한 그는 가장 뛰어나고 애국적인 거짓말쟁이"라는 것이 월터스의 평가다.
지난 1998년 숙적인 인도가 핵실험을 한 며칠 뒤 파키스탄도 핵실험을 했다. 미국은 파키스탄이 핵무기를 개발하고 있다는 결론을 내리고 1990년 아프간으로부터 소련군이 철군하자마자 파키스탄에 대한 지원 중단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레이건 대통령은 제재국 명단에서 파키스탄을 제외했다. 문서는 또 레이건 행정부는 파키스탄의 핵무기 개발이 불안정을 가져온다는 우려에 따라 지아 장군에게 계속해 미 의회가 대(對)파키스탄 지원을 중단할 수 있다며 경고한 사실도 밝혔다.
조지 슐츠 당시 국무장관도 레이건 대통령에 보낸 메모에서 "지아 장군이 핵무기 개발을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어기고 있다는 명백한 증거가 있으며, 이에 대한 우리의 정보는 거짓이 아닌 데다 정확하다"고 강조했다.
슐츠는 그러나 소련군에 성공적으로 맞선 아프간 무장 반군 세력에 장비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지아 장군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면서 "미국과 파키스탄의 관계 훼손은 곧 이 정부의 대외 정책을 의심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항변했다.
메모는 또 지난 1982년 당시 파키스탄 정보 요원들이 벨기에, 핀란드, 일본, 스웨덴, 터키 등으로부터 핵무기 개발에 사용되는 의심 장비들을 구하는 사실이 미 정보기관에 파악됐다는 사실도 밝혔다.
파키스탄의 이런 움직임은 몇 년 뒤 압둘 콰데르 칸 박사의 공작으로 드러났다. 파키스탄에서 '핵무기의 아버지'라는 별명을 가진 칸 박사는 국제적인 핵물질 암시장을 운영한 인물로 지목되기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