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CBS 박종률 특파원]

폭로전문 사이트 위키리크스(WikiLeaks)가 28일(현지시간) 공개한 미국 국무부의 외교전문 25만건 중에는 한반도와 관련된 기밀정보도 상당수 포함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최근 북한의 연평도 도발 사태로 한반도 위기가 고조되는 시점에서 미국 국무부의 외교전문에는 북한의 붕괴에 대비한 한국 정부와의 협의, 북한과 이란의 미사일 거래,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에 대한 첩보활동 지시 등이 구체적으로 드러났다.

◈ 북한 붕괴 대비책 = 한국과 미국 정부 당국자들은 북한이 경제난과 권력승계 문제로 붕괴할 경우를 상정해 '통일한국'에 관한 전망을 지속적으로 협의해왔다.

주한 미국대사관은 올해 2월 본국 정부에 보낸 전문에서 한국 정부가 북한 붕괴 이후 '통일한국'에 대비해 중국에 대한 경제적 유인책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외교전문은 북한이 경제난과 정치적 불안으로 붕괴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제한 뒤 한국은 북한 정권이 붕괴했을 경우 중국이 통일한국을 수용하는 조건으로 경제적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안을 제안할 수 있다고 밝혔다.

주한 미국대사관 측은 중국은 북한이 붕괴할 경우 탈북자들이 대규모로 국경을 넘어올 것과 한반도에서 미국의 영향력이 강화될 것을 우려해 왔지만 한국 정부는 이같은 제안이 그런 염려를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해 캐슬린 스티븐스 주한 미국대사는 "한국 관리들이 미국과 우호적 동맹관계가 예상되는 통일한국에 대한 중국의 우려를 불식시키는 데 중국과의 적절한 관계가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 북-이란 미사일 거래 = 미국 국무부는 지난 2007년 11월 3일 주중 대사관에 전달한 외교전문에서 베이징을 경유해 이란으로 갈 예정이었던 북한 미사일 부품에 대한 우려를 표시하며 중국 정부에 이를 차단해 줄 것을 요구했다.

당시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 명의의 '긴급조치 요구' 전문에는 이란의 핵폭탄 제조에 사용될 가능성이 있는 북한 미사일 부품의 이전을 막아달라는 내용이 포함됐다.

전문에는 또 북한과 이란이 '에어도쿄'와 '이란에어' 등의 항공사를 통해 정기적으로 미사일 조향장치 등 최소 10종 이상의 부품을 거래해 왔다고 적시했다.

이밖에 올해 2월 24일자 외교전문에 따르면 이란은 북한으로부터 핵탄두 장착이 가능한 최신예 미사일(BM-25) 19기를 도입했으며, 미국 정부는 이 미사일이 모스크바는 물론 서유럽 주요 국가의 수도를 타격할 수 있는 첨단미사일로 파악했다.

◈ "김정일은 무기력한 늙은이" = 위키리크스가 폭로한 외교전문에서 미국 외교관들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을 '무기력한 늙은이'로 묘사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김 위원장이 뇌졸중으로 인해 육체적, 심리적 후유증을 앓고 있다면서 이같이 평가했다. 미국 정부는 또 지난해 7월 31일 각국 주재 자국 외교관들에게 북한에 대한 추가 제재와 관련해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및 회원국들의 동태파악을 지시했다.

◈ 반기문 총장에 대한 스파이 활동 =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은 지난해 7월 '비밀 지령'을 통해 반기문 총장 등 유엔 최고위층 인사들이 공무 수행을 위해 사용하는 네트워크의 비밀번호와 암호화 키 등의 통신 정보를 수집하라고 자국 외교관들에게 지시했다.

정보 수집 대상에는 반기문 총장과 반 총장의 측근, 사무차장, 그리고 영국과 프랑스, 중국, 러시아 등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대표들도 포함됐다.

특히 '비밀 지령'에는 반기문 총장의 조직 운영과 의사결정 스타일, 심지어 생체 정보까지 수집하라는 지시가 포함된 것으로 밝혀졌다.

또 반 총장을 비롯한 유엔 고위층 인사들의 인적사항과 신용카드 번호, 이메일 주소, 전화 및 팩스 번호, 무선 호출기, 자주 사용하는 항공편, 항공 마일리지 계좌번호 등 구체적인 사항들도 수집하도록 정보요원들에게 지시한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