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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과거사 청산 못한 최대 요인은 미국의 전략 때문"
"일제 과거사 청산 못한 최대 요인은 미국의 전략 때문"
'강제병합 100년 국제학술대회', 김동춘 "과거청산은 현재 개혁작업"
2010년 08월 28일 (토) 17:57:56 고성진 기자 kolong81@tongilnews.com

   
▲ 28일 서울 성균관대 600주년기념관에서 열린 '강제병합 100년 국제학술대회'에서 김동춘 성공회대 교수가 발표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고성진 기자]
일본이 대만과 한국과의 관계에서 자신의 과거를 청산하지 않으려 한 최대 원인이 미국의 반공기지화 전략 때문이었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김동춘 성공회대 교수(사회과학부)는 28일 오후 서울 성균관대 600주년기념관에서 열린 '강제병합 100년 국제학술대회'에서 "동아시아에서 일제의 죄악상을 충분히 공개하고 일본의 사과를 받아낼 수 없었던 최대의 요인은 냉전, 즉 미국의 자본주의 복구전략 때문이었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일본이 대만, 한국과의 관계에서 자신의 과거를 청산하지 않으려 한 것은 일차적으로는 일본의 양심과 도덕의 문제이지만, 본질적으로는 미국의 전략의 산물"이라면서 "중국과 한국의 분단, 그리고 공산주의에 대항하는 미국의 일본 반공기지화 정책은 일본의 전쟁책임, 식민책임을 면제시켜주는 효과를 가져왔고, 미국을 대리하여 일본이 여타 동아시아 국가에 경제적으로 진출한 것은 이러한 기지강화 정책의 일환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치군사적으로는 미국이 이 지역을 관할하되 경제적으로는 일본 주도 하의 기러기 대열의 성장구조를 갖추고 미국이 일본, 한국, 대만의 수출품을 구입하는 구조를 갖추게 되었으며, 각 나라의 체제유지는 일차적으로 각 국가 자체의 군과 경찰력이 행사하였으나 이들 나라의 정보 사찰기관은 미국에 거의 절대적으로 의존하였다"고 지적했다.

이어 "일본에서의 전범의 부활, 한국에서의 친일파 집권, 미군의 오키나와 점령, 한국.대만에서의 대량학살, 대만과 한국에서의 군부독재의 지속과 계속되는 국가폭력과 반인권 사태들, 한국에서의 5.18 학살, 이 모든 것은 동아시아에서 미국 후원 하의 일본 자본주의 부흥과 반공기지화 전략과 뗄 수 없는 연관관계를 갖고 있다"고 주목했다.

계속해서 "동아시아 각국의 현대사는 각 나라 개별 역사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사실상 세계사 혹은 아시아 지역사회로 얽혀 있다"며 "각 국가의 개별적인 입지에서 보면 각국의 고유한 역사로 보이지만, 미국의 입장에서 내려다보면 사실상 하나의 동아시아 역사가 각 나라에서 다른 방식으로 전개되었다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 때문에 한국의 과거사 역시 개별적인 역사가 아닌 다른 지역과 더불어 하나의 역사로 접근할 때 본질과 성격이 분명하게 나타날 수 있다고 김 교수는 주장했다.

"한국 과거청산, 현재의 제도개혁과의 연결고리 단절"

   
▲ 김동춘 교수는 지난해까지 진실화해위 상임위원을 지내기도 했다. [사진-통일뉴스 고성진 기자]
지난해까지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상임위원을 맡으며, 한국의 과거사 문제 해결에 노력을 기울이기도 한 그는 한국의 과거청산 운동에 대해 "한국의 과거청산은 냉전 지배세력의 계속되는 방해, 폄하, 무시, 무관심, 흠집 잡기 속에서 지금까지 진행되어 왔다"며 "이러한 제약과 방해 속에서 진행된 과거 청산은 그 정치적, 사회적 파장을 최소화하는 방향에서 진행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말했다.

"피해자 구제는 용인하나, 가해자 처벌은 감히 거론도 할 수 없는 상황이 만들어졌으며, 새로 밝혀진 사실의 공개나 일반화도 극히 제한적으로만 이뤄졌다"는 것이다.

또 "친일청산, 전쟁기 학살 문제의 경우에 그러하지만, 법 제도의 청산 문제보다는 사람에게 과도한 관심이 집중됨으로써 정작 과거청산과 현재의 제도개혁과의 연결고리는 단절되고 말았다"며 "수많은 인권침해 사건이 국가보안법 하에서 자행되었지만, 정작 식민지의 유산이나 냉전의 상징인 국가보안법은 건재하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김 교수는 "과거청산을 과거사를 다루는 작업이 아니라 현재의 정치 사회개혁 작업의 일환이라는 점을 부각시킬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과거청산 없는 자본주의', 기형적 사회 초래"

김 교수는 또 한국의 과거청산 작업이 동아시아의 평화체제 구축과 공동체 건설에 기여할 수 있는 부분으로, 가장 중점적으로 '냉전'이라는 용어의 재정립을 꼽았다.

유럽의 맥락과는 달리 동아시아에서는 한국전쟁과 베트남전쟁이라는 전면전이 벌어진 데다, 1945년 이후 식민주의가 청산되지 못하면서 "국가 내의 권력관계와 계급관계의 특징을 말해주는 용어"로 본래 의미가 달라졌고, 이는 각국의 과거청산 작업에 걸림돌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과거청산 작업의 한계점이 나타난 원인이 "'공유된 기억'으로 발전되기를 원하지 않는 냉전체제, 냉전 지배세력의 의도에 기인하는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는 "미국과 맥아더가 동아시아에서 자본주주의 안정화를 지향하면서 식민주의 과거청산 작업을 좌절시켰기 때문에, 오늘날 동아시아의 자본주의는 민주주의 없는 자본주의, 정의 없는 자본주의, 노동배제 자본주의, 복지 없는 자본주의의 성격을 갖게 되었다"며 "'과거청산 없는 자본주의'는 오늘의 일본처럼 고도성장을 가능케 했지만, 자본에 대항하는 노조나 시민사회를 극도로 위축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가가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 과거청산 작업은 시민사회에서 다시 시작할 수 밖에 없다"며 "교과서 집필, 대중교육, 법적 대응, 기념관 설립 등 여러 차원에서 전쟁과 침략, 피해와 고통의 기억을 현재의 각 나라의 시민사회가 공유할 수 있도록 새로운 연대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강제병합 100년 공동행동 한일실행위원회'가 주최한 국제학술대회는 이날 1박 2일 일정을 모두 마쳤다. 이들은 이날 저녁 성균관대 600주년기념관 새천년홀에서 '진실과 미래를 위한 한.일 시민의 합창' 문화행사를 갖고, 국치일인 29일에는 '강제병합조약 체결지 표석 제막식'과 '강제병햡 100년 한일시민대회' 폐막식을 열 예정이다.

   
▲ 이날 학술대회에는 한.일 시민사회, 학계 인사 500여 명이 참석해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사진-통일뉴스 고성진 기자]

작성일자 : 2010년 08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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