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초안’이라는 전제를 달긴 했지만 그동안 존재 자체를 부인하던 천안함 상세보고서가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실토했다. 본지가 24일 단독으로 보도한 ‘없다던 천안함 상세보고서 있다’ 보도에 대한 해명과정에서였다. 하지만 정부는 이 과정에서도 ‘400쪽 보고서’와 ‘251쪽 보고서’가 다르다는 사실을 강조했을 뿐 상세보고서 존재를 부인해 왔던 태도를 바꾸지 않아 비판이 일고 있다.
◆“6월초에 사전정보 협조차원에서 제공” = 24일 국방부는 본지 보도에 대한 해명자료를 내고 “‘국방부가 미측에 전달했다는 250여쪽의 보고서’는 민군 합동조사단이 조사해왔던 자료 및 데이터를 담은 초안”이라며 “6월초에 사전정보 협조 차원에서 유엔사에 제공된 것”이라고 밝혔다. 국방부는 또 논란을 촉발했던 400쪽짜리 보고서에 대해 “클린턴 미 국무부장관이 봤다는 ‘천안함 피격사건에 관한 400쪽짜리 보고서’를 우리 국방부는 작성하거나 미 측에 제공한 적이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문병옥 민군 합동조사단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이 언급했던 지난달 26일을 지목하며 “그 당시에는 240여쪽 짜리도 없었다”고 해명했다. 김성환 청와대 외교안보수석도 이날 국회 운영위원회에 출석해 251쪽 상세보고서의 존재를 인정했다. 그는 정옥임 한나라당 의원이 “6월 9일 유엔이 요구했기 때문에 (합조단이) 초고를 가지고 가지 않았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보고서 전달된 이후에도 “없다” 발뺌 = 문제는 정부가 천안함 상세보고서의 존재를 일관되게 부인하면서 오히려 의혹을 부풀렸다는 점이다. 지난 15일 정운찬 국무총리는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국방부는 물론 다른 어떤 부처에서도 이번 천안함 피격사건에 관한 400쪽짜리 보고서를 작성하거나 미국 등에 제공한 사실이 없다고 보고받았다”고 말했다. 김태영 국방장관은 11일 천안함 조사특위에 출석한 자리에서 최문순 민주당 의원의 자료요구에 “클린턴 장관하고 직접 협조해 보시면 좋을 것 같다”고 반박하는 모습까지 보였다. 하지만 정 총리와 김 장관이 발언할 당시에는 이미 251쪽짜리 천안함 상세보고서가 주한 미국 대사관에 전달된 뒤였다.
21일 민주당 보좌진을 대상으로 한 비공개 설명회에서 미 대사관 관계자는 “보고서를 전달받은 시점은 정확히 모르겠지만 열흘 전 쯤 보고서를 직접 봤다”고 말했다. 종합하면 국방부가 유엔사에 초안을 전달한 것이 9일, 미국 대사관 관계자가 보고서를 본 것이 11일이었다. 정 총리와 김 장관이 ‘거짓말’을 했거나, 전달 사실을 보고받지 못했다는 이야기다. 우위영 민주노동당 대변인은 24일 “김태영 장관은 국회 답변에서 400페이지 천안함 보고서가 없다고 강하게 부인하고, 한술 더 떠 아예 클린턴 장관에 직접 협조를 구하라고 질문 의원을 비꼬았다”며 “다른 야당과 공조해 김태영 장관을 위증죄로 고발할 것”이라고 밝혔다.
보고서의 ‘이동경로’는 여전히 석연찮다.
김성환 외교안보수석이 ‘동의’한 정옥임 의원의 보고서 전달과정은 ‘유엔사 요청→국방부 전달→미국 정보요원의 보고서 입수→주한 미 대사관 제공’이다.
◆미국 정보요원이 입수(?) = 반면 주한 미 대사관이 국방부로부터 직접 받았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자국 정보요원이 유엔사로부터 ‘은밀하게’ 입수한 자료를 해당국 야당 보좌진들에게 브리핑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은 정황상 ‘직접 전달’ 가능성을 높여주는 대목이다.
한편 미 대사관 관계자는 “비밀등급, 세부내용 등에 있어 여러 사용 용도의 보고서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400쪽 분량의 보고서는 없다”면서도 “클린턴 장관이 어떤 근거를 가지고 400쪽을 언급했는지 모르겠지만 확실한 것은 많은 보고서를 받았고 이에 대해 브리핑을 받았다”고 말했다. 허신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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