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과 어뢰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는가? 천안함은 과연 어뢰가 외부 폭발하여 파괴된 것인가? 민·군 합동조사단은 이 인과관계를 입증하지 못하고 있다. 이 인과관계의 증거로 합조단이 내세운 물증은 흡착물질이 유일하다. 천안함과 어뢰에서 발견된 흡착물질의 구성 원자도 같고 결정구조도 같으므로 천안함에서 발견된 흡착물질은 어뢰에서 나온 것이라는 것이 합조단의 논리다. 그러나 이러한 논리는 A가 먹는 밥과 B가 먹는 밥의 구성 원자도 같고 결정구조도 같으므로 이 두 개의 밥은 같은 밥통에서 만든 것이라는 논리와 같다. 합조단의 분석 데이터가 조작된 것이라는 문제 제기가 있고, 이를 둘러싼 논쟁은 일반인이 이해하기 어려운 과학 논쟁으로 비화될 수도 있다. 그러나 본질적인 부분은 설사 합조단의 분석이 100% 맞는다고 하더라도 합조단의 주장은 정당화될 수 없는 비논리적 구조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합조단의 논리엔 ‘다른 밥통’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결함이 있기 때문이다. 합조단의 주장은 ‘제2의 밥통’이 존재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한 채, 두 개의 밥이 같은 밥통에서 나왔다고 우기는 ‘밥통 논리’인 셈이다.
합조단의 비논리성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합조단은 수중 시험폭발을 해서 흡착물질을 만들어 분석한 후, 여기서 생성된 흡착물질의 결정구조가 천안함과 어뢰에서 발견된 흡착물질과 다르기 때문에 이것이 어뢰 폭발을 입증한다고 주장한다. 이 주장을 이해하지 못하는 독자가 있다면 걱정하지 않으시길 바란다.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당연하니까. 어뢰 및 천안함 흡착물질이 폭발로 생성된 것이라고 입증하려면 시험조건을 폭발상황과 유사하게 해서 똑같은 물질이 나왔다고 보여줘야 당연한 것 아닌가. 시험조건과 실제 폭발이 달라서 폭발과 다른 결과가 나왔으므로 이 결과가 폭발을 입증한다는 주장은, 냄비에다 밥을 해보았더니 누룽지가 생기므로 이것은 밥통에다 밥을 하면 누룽지가 생기지 않는다는 증거라고 강변하는 것과 같다.
합조단은 정작 중요한 부분, 즉 천안함과 어뢰에서 발견된 흡착물질이 어뢰 폭발로 생성됐다는 증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합조단은 지난달 20일 조사결과 발표에서 “폭발 전후 알루미늄의 용해와 급냉각으로 알루미늄이 비결정질 알루미늄 산화물로 변했다”고 목소리만 높였지, 비결정질 알루미늄 산화물의 존재를 입증하지 못했다. 이달 11일 국회에서는 말을 바꿔서 결정질과 비결정질이 “동시에 검출된다”고 주장했으나, 역시 비결정질을 어떻게 확인했는지는 밝히지 못했다. 합조단의 엑스선회절기 분석에 나타나야 할 이 존재가 나타나지 않았는데도 비결정질 알루미늄 산화물이 흡착물질에 있다고 주장하는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결정적인 문제는 알루미늄이 용해와 급냉각을 거치면 결정질로 남는다는 사실이다. 버지니아대 물리학과의 이승헌 교수는 최근 실시한 시험에서 알루미늄을 고열로 가열해 완전히 용해시킨 후 급냉각을 시켜 생성된 알루미늄과 알루미늄 산화물이 결정질 상태로 남는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런데도 어뢰가 폭발하면 결정질의 산화알루미늄이 “극히 미량”만 발생한다고 고집 부리는 것은, 쌀을 밥통에 넣어 밥을 지었는데 밥이 안 나왔다고 했다가, “극히 미량”만 나왔다고 우기는 것과 마찬가지다. 결국 합조단은 천안함이 어뢰 폭발로 파괴되었다는 증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