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2년 춘천 미군기지서 핵무기사고 있었다"
캠프페이지 근무했던 미군 증언..춘천시 대책 부심
(춘천=연합뉴스) 이재현 이상학 기자 = 춘천시의 옛 미군기지인 '캠프페이지(CAMP PAGE)'에서 고엽제를 폐기했다는 전역 주한 미군의 증언에 이어 이번에는 부대 내에서 핵무기 사고가 있었다는 증언이 나와 시민들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
31일 시사주간지 '시사IN' 194호 인터넷판 보도에 따르면 1972~73년 춘천 캠프 페이지에서 근무한 댈러스 스넬(59.미국 몬태나주)씨는 "1972년 여름 점심을 먹고 쉬던 중 갑자기 전 부대에 사이렌이 울렸고 사병과 헌병 등이 3중으로 경비하는 핵미사일 보관소에 모였다"며 "부대원 20~30여 명이 메탈룸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핵탄두가 장착된 어니스트 존 미사일을 등지고 방어자세를 취하라는 명령을 받았다"고 증언했다.
당시 특별한 안전장비 없이 마스크만 착용하고 있었다는 그는 "부대에 핵미사일이 있다는 것은 당시 캠프 페이지에 있던 모든 병사가 알고 있었다"며 "핵미사일 탄두에 문제가 생겼으니 당연히 방사능 따위가 누출됐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이어 스넬 씨는 "고장 난 탄두를 상자에 담고 나니 헬기 소리가 들렸고, 부대원 중 몇십명이 이 상자를 들고 헬기장으로 뛰었다"며 "뭔가 문제가 생긴 핵미사일 탄두를 춘천시 남쪽 15마일(약 24㎞)쯤 떨어진 어딘가에 폐기했다는 얘기를 나중에 들었지만 정확한 장소는 모른다. 상관에게 여러차례 물었으나 어떤 대답도 듣지 못했다"고 회상했다고 시사IN은 전했다.
스넬씨는 또 "캠프 페이지 근무 당시 제초제와 방충제를 부대 안 곳곳에 뿌리곤 했는데, 가끔은 '취급주의' 표시가 뚜렷한 고엽제(Agent Orange)와 같은 약품 등을 공터에 파묻으라는 지시가 내려왔다"고 주장했다.
1980년 전역한 스넬씨는 2002년부터 100여개가 넘는 신장 결석이 발견되는 등 이상 증세에 시달린 끝에 2005년 백혈병 판정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그는 "가족력이 전혀 없는데도 백혈병에 걸린 것은 한국에서의 복무 경험과 연관성이 있다고 확신한다"고 주장했다.
이밖에 스넬 씨 외에 캠프 페이지에 근무한 사람들이 만든 페이스북 그룹에는 1972년 핵무기 사고를 기억하는 다른 사람들의 증언도 있으며, 이 중 한 명은 "당시 상자를 들고 뛰었던 동료 한 명은 만성 폐질환을 앓고 있다"고 시사IN은 보도했다.
한편, 미군 캠프페이지의 핵무기 보유 주장은 지난 2005년 9월 당시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이던 최 성 의원(현 고양시장)이 "주한미군이 지난 87년 9월 당시 캠프 페이지에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었던 사실을 문서로 확인했다"고 밝히면서 알려졌다.
지난 3월 일본 대지진 발생 이후 춘천에서 비교적 높은 수치의 방사성 물질이 검출되자 과거 캠프페이지에 장기간 핵 배낭이 배치된 것이 주요 원인이라는 의혹도 제기되기도 했다.
이와 관련, 지난 2005년 캠프페이지 방사능 조사를 실시했던 환경부는 '방사성 물질이 검출되지 않았고 수치도 정상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또 고엽제 매몰 의혹에 대해 춘천시는 국방부에 캠프페이지 반환 당시 고엽제 관련 조사여부와 결과를 문의한 결과 '고엽제 의심물질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회신을 받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시민단체와 시민의 불안감은 오히려 가중되고 있다.
춘천경실련 하상준 사무처장은 "국방부 해명은 앞뒤가 안맞다"라며 "17가지 검사항목 가운데 다이옥신이 배제된 상황이라 신뢰할 수 없다"라고 주장했다.
춘천시 관계자는 "관계기관의 공식 부인에도 계속 의혹이 제기되는 만큼 교수 등 전문가들을 만나 재조사 여부에 대해 논의할 방침"이라며 "현재 환경정화사업이 추진 중인 캠프페이지에 자체 검사가 가능한지도 자문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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