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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자 : 2011년 07월 28일        조회 : 16313        작성자 : 관리자     

이 글은 필자가 <통일뉴스>에 기고한 글이다.

 

 

 

2011년 8월 2일의 위기와 철군의 미래

한호석 (통일학연구소 소장)

 

 


상한선에 바짝 다가선 위기상황

2011년 7월 14일 미국 연방상원 은행위원회에 출석한 벤 버냉키(Ben Bernanke) 연방준비제도이사회 회장은 침울한 표정으로 말을 이어갔다. 그의 발언에서 귀담아 들어야 할 대목을 정리하면 이렇다. “미국 연방정부가 막대한 부채 이자를 계속 갚아야 한다면, 다른 부문에 대한 지불능력이 마비되어 재정체계 전반이 충격을 받을 것이다. (줄임) 연방의회가 미국의 정부부채 상한선을 인상해주지 않으면 재앙적 결과(calamitous outcome)를 가져올 것이며, 미국 경제만이 아니라 세계 경제에 매우 심각한 금융충격을 안겨줄 것이다. (줄임) 정부부채 상한선을 인상하지 않는 것은 미국을 채무불이행 사태(default)로 밀어넣는 것이며, 이것은 미국의 재정체계와 재무정책과 경제가 파국적(catastrophic)으로 된다는 것을 뜻한다. 채무불이행 사태로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이 떨어지는 것은 자해상처(self-inflicted wound)로 된다.”

버냉키의 발언은 임박한 파국에 대한 위기감을 반영하고 있다. 아닌게 아니라 지금 워싱턴 정가와 뉴욕 금융가를 조이고 있는 위기감은 매우 심각하다. 왜 이런 위기상황이 조성된 것일까?

2011년 8월 3일까지 미국 연방정부가 집행해야 할 재정지출은 320억 달러나 되는데, 그 때까지 미국 연방정부가 얻게 될 재정수입은 120억 달러밖에 되지 않는다. 따라서 200억 달러를 빚으로 떠안게 된다. 평소에는 200억 달러의 부채를 추가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200억 달러를 정부부채로 떠안는 순간, 정부부채 상한선을 넘어버리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미국은 뉴욕연방준비은행에 예치한 자금을 풀어 채무를 상환해왔지만, 미국의 만성적인 재정적자가 끊임없이 불어나는 바람에 결국 상한선에 바짝 접근한 것이다.

다른 나라와 달리, 미국은 정부부채 상한선을 정해놓았다. 현재 미국 연방정부의 부채 상한선은 14조2,940억 달러다. 14조2,940억 달러를 남측 환율로 계산하면 약 1경5,000조 원이다. 조에서 경으로 넘어선 천문학적 화폐단위는 일반대중에게 현실감을 주지 않는다. 정부부채 상한선을 넘어버리는 순간, 채무상환 불이행 사태가 일어나는 것은 당연하다.

오바마 정부는 채무상환 불이행 사태가 일어나는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하여 비상대책을 세워두었다. 최악의 사태가 일어나기 전에 비상대책부터 미리 공개할 경우 미국 국민들이 심리적 공황에 빠질 것을 우려한 오바마 정부는 비상대책 내용을 알려주지 않고 있지만, 언론에 흘러나온 정보에 따르면, 퇴직연금, 실업수당, 노인층 의료비 지원금, 빈곤층 의료비 지원금 등의 지급을 중단하여 6,500억 달러의 재정지출 삭감효과를 거두고, 세제개혁으로 1조2,000억 달러의 세수확보 효과를 거둔다는 것이다.

지금 미국에게는 시간이 없다

채무상환 불이행 사태 이외에도 위기요인이 하나 더 있다. 2011년 8월 4일에 만기일이 돌아오는 미국 국채 약 870억 달러와 8월 15일까지 미국 재무부가 지불해야 할 국채 이자 약 290억 달러를 갚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평소에 미국은 새로운 국채를 발행하여 만기일이 돌아온 국채를 갚곤 하였지만, 미국이 채무상환 불이행 사태에 빠지면 미국 국채는 가격폭락으로 사실상 휴지조각이 될 것이므로 새로운 국채를 계속 발행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이처럼 재정파탄위기가 심화되자, 미국 재무부는 미국의 주요은행들, 투자기관들, 자산관리회사들, 그리고 아시아와 중동과 유럽의 주요투자기관들과 연락하면서 최악의 사태가 발생하더라도 충격을 완화하고 살아남을 자구책을 숙의하는 중이다. 특히 1조 달러가 넘는 미국 국채를 보유함으로써 미국 국채 최대 보유국으로 등장한 중국이 이런 불길한 조짐 앞에서 다른 나라들보다 더 큰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 2011년 7월 14일 “우리는 미국 정부가 투자자의 이익을 보장하는 책임적인 정책과 조치를 취해주기 바란다”고 촉구한 중국 외교부 대변인의 발언에서 불안감이 엿보인다.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것처럼, 만일 2011년 8월 2일 직후 미국에서 채무상환 불이행 사태와 국채 발행중지 사태가 한꺼번에 터지는 미증유의 대재앙으로 미국 경제는 무너질 것이고, 그 재앙에서 분출된 초강력한 충격파는 세계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혼란과 파국으로 몰아넣을 것이다. 연방의회 청문회에 출석한 버냉키 회장이 침울한 표정으로 발언하는 중에 평소에 쓰지 않던 재앙과 파국이라는 말을 여러 차례 사용한 까닭이 거기에 있다.

정작 버냉키 회장보다 더 다급함을 느끼는 사람은 버락 오바마(Barack Obama) 대통령이다. 그는 “우리에게는 시간이 없다”고 초조해 하면서 연방의회 지도자들을 백악관으로 초청해 정부부채 상한선을 인상하기 위한 협상을 계속해오고 있다. 이처럼 오바마 대통령이 연방정부 재정적자를 감축하는 방안을 꺼내놓고 정부부채 상한선을 인상하기 위한 다급한 협상을 추진하는 중인데도, 협상은 공화당의 강한 반대에 걸려 좀처럼 교착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백악관은 세금인상이라는 대책을 꺼내놓았으나, 이에 대해서 공화당이 강하게 반대하고, 공화당은 급진적인 재정긴축이라는 대책을 꺼내놓았으나, 이에 대해서 백악관이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미국의 정부부채가 계속 누적되어 14조2,940억 달러 상한선에 도달하는 날짜는 2011년 8월 2일이다. 정부부채 상한선을 8월 2일 이전에 인상하기 위해서는 백악관과 연방의회가 정부부채 상한선을 인상하는 협상을 적어도 7월 25일까지 타결해야 파국을 모면할 수 있다. 분석가들은 백악관과 연방의회 사이에서 밀고 당기는 협상이 타결되어 위기를 넘길 것으로 예상한다.

그러나 협상이 타결되어 위기를 넘기더라도 미국 경제가 겉은 멀쩡해보이지만 속은 곯았다는 사실을 감출 수 없게 되었다. 2011년 7월 15일 <뉴욕타임스>는 “침체를 향한 대실책: 부채 교착상태를 넘어서(Blundering toward Recession: Beyond the Debt Stalemate)”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이렇게 지적하였다. “그게 전부가 아니다. 정부부채 상한선 인상문제를 둘러싼 첨예한 대치는 지금 조성되고 있는 수많은 거대한 경제정책 실패 중의 하나에 불과하다. 연방의회가 정부부채 상한선을 제때에 인상해준다 해도, 저성장과 실업증대가 증명해주고 있는 것처럼, 미국 경제는 점점 더 약화될 것이다.”

‘시한폭탄’이 터지는 날

누구나 알 수 있는 것처럼, 백악관과 연방의회가 협상을 타결하여 정부부채 상한선을 올려놓는 것은 미봉책이다. 백악관과 연방의회가 협상을 타결하여 정부부채 상한선을 종전보다 1조9,000억 달러를 늘인 14조2,940억 달러로 상향조정하였던 때는 2010년 2월이었는데, 그로부터 불과 1년 반 만에 또 다시 상한선을 올려놓아야 하니 사태는 날로 악화되어온 것이다. 미국은 1939년 이후 지금까지 정부부채 상한선을 인상하는 긴급조치를 무려 89차례나 취하였지만, 재정적자는 끊임없이 악화되었다. 최근 추세만 봐도, 미국의 재정적자는 2000년에 5조7,000억 달러, 2005년에 7조7,000억 달러, 2009년 12월에 12조 달러를 넘어서더니, 2010년 12월 31일에는 14조 달러를 돌파하였다. 지금 미국의 재정적자는 매일 40억 달러씩, 매달 1,250억 달러씩 폭증하고 있다. 2011년 6월 22일 미국 연방의회 예산국(CBO)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부채는 2011년 말에 국내총생산(GDP)의 70% 수준까지 급증하고, 2021년에는 국내총생산과 같은 수준으로 늘어나고, 2035년에는 국내총생산의 2배 수준으로 늘어난다는 것이다. 재정적자가 그런 속도로 폭증하면, 앞으로 10년 뒤에 미국은 외부의 재정지원에 의존하여 명맥을 유지하는 삼류국가로 전락할지 모른다.

그러므로 정부부채 상한선을 올려놓는 것은 무의미하고, 연방정부의 재정지출을 과감하게 줄이는 삭감조치가 시급하다. 물론 백악관도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백악관은 자기들이 마련한 비상대책에 재정지출 삭감을 포함시켰다. 백악관이 마련한 비상대책에 따르면, 실업수당, 퇴직연금, 노인층 의료비 지원금, 빈곤층 의료비 지원금 등을 중단하여 재정지출을 6,500억 달러 줄이게 된다. 물론 재정지출 삭감만이 아니라 세수증대도 비상대책에 들어있는데, 세금을 1조2,000억 달러 더 걷는 것이다.

그러나 백악관이 마련한 비상대책은 미국의 민생경제를 파탄시키는 반민중적인 조치다. 실업수당을 중단하면, 일자리에서 쫓겨난 노동자들은 어떻게 살라는 말인가. 퇴직연금과 노인층 의료비 지원금을 중단하면, 노인층은 어떻게 살라는 말인가. 빈곤층 의료비 지원금을 중단하면, 최근 급증한 미국의 빈곤인구는 병에 걸려도 치료를 받지 못하고 고통 속에 죽어가는 죽음의 행렬을 이룰 것이다. 또한 세수증대라는 비상대책은 미국의 중산층에게 재정파탄의 책임을 떠넘기는 조치다. <월 스트릿 저널> 2011년 7월 13일 보도는, 미국 정부가 세금을 더 많이 걷어낼 대상은, 상위소득 10%에 속하는 부유층도 아니고, 하위소득 40%에 속하는 빈곤층도 아니고, 연간소득이 33,000 달러에서 163,200 달러에 이르는 중위소득 50%의 중산층이 될 것이라고 예견하였다.

만일 백악관이 미국의 민생경제를 파탄시키는 비상대책을 강행하는 경우, 빈궁과 생활고에 견디지 못한 서민과 중산층의 반감과 분노가 폭발하여 사회정치적 대혼란이 조성될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서민과 증산층에게 희생을 강요하는 비상대책은 거대한 시한폭탄의 뇌관이나 마찬가지다. 그 ‘시한폭탄’이 터지는 날, 미국의 운명이 어떻게 될지 예측하기 힘들다.

광적인 군비지출에서 발생한 재정파탄위기

당연한 말이지만, 문제의 주된 원인을 파악해야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 미국이 만성적 재정적자에 시달리다가 결국 재정파탄위기에 빠져버린 주된 원인은 무엇일까? 단적으로 말하면, 미국이 6.25 전쟁 이후 60년 동안 광적인 군비지출로 골병이 들었기 때문이다. 두 말할 나위 없이, 연방정부 재정이 가장 많이 들어가는 부문이 군사부문이다. 2011년에 미국이 군사비를 얼마나 지출하는지 알아볼 필요가 있다. 여기서 군사비라는 개념은 미국 국방부가 지출하는 예산만이 아니라 연방정부기관들이 군사부문에 지출하는 각종 예산의 총액을 뜻한다. 그 내역은 아래와 같다.

국방부(DOD) 지출 - 7,075억 달러
국토안보부(DHS) 지출 - 469억 달러
동력자원부(DOE)의 핵무기 관련 지출 - 218억 달러
연방수사국(FBI) 반테러작전 지출 - 27억 달러
대외무기판매 지출 - 56억 달러
군비관련 지출 - 82억 달러
우주항공부문 지출 - 최소 35억 달러에서 최대 87억 달러
퇴역군인 관련 지출 - 700억 달러
퇴역군인 연금지급 - 546억 달러
전비(戰費)부채 이자지급 - 최소 1,091억 달러에서 최대 4,315억 달러

위의 군비지출액을 합하면, 미국의 연간 군비지출은 최소 1조299억 달러에서 최대 1조3,575억 달러에 이른다. 미국의 군비지출은 전 세계 모든 나라들의 군비지출을 합한 총액의 약 40%에 이르고, 중국의 군비지출보다 6배나 더 많다. 미국이 이처럼 막대한 군비를 지출하는 것은 국방을 중시하는 기풍이 있기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니다. 그 까닭은, 전 세계를 군사적으로 지배하려는 ‘제국의 야욕’이 발동하기 때문이며, 군산복합체의 이윤추구를 위한 광적인 군비확장이 추진되기 때문이다.

미국의 천문학적인 군비지출 가운데서 무기증강 비용만 보더라도 엄청나다. 이를테면, 록히드 마틴(Lockheed Martin)이 추진 중인 차세대 스텔스 전투기인 F-35 통합전투기를 개발하는 사업에 앞으로 10년 동안 들어갈 자금은 1조 달러다. 이 사업을 위해 미국 국방부가 작성한 2011년 예산은 114억 달러다. 그 밖에 미국 국방부가 작성한 2011년 무기증강 예산을 살펴보면, 탄도미사일방어망(MD) 구축에 99억 달러, 버지니아급 핵추진 잠수함 건조에 54억 달러, 신형 항공모함 건조 및 기존 항공모함 성능개량에 44억 달러, 항공모함 탑재 전투기 생산에 20억 달러, 알레이버크급 구축함 성능개량에 30억 달러, 연안전투함 건조에 18억 달러, 무인작전기 생산에 34억 달러, 대잠수함전 작전기 생산에 29억 달러, 다목적 수송헬기 생산에 28억 달러, 우주정찰체계 유지에 15억 달러, 신속배치군(RDF) 전투력 증강에 32억 달러 등이다. 위에 열거한 무기증강 예산총액은 연간 517억 달러에 이른다. 미국은 약소국을 무력으로 위협하거나 침략하고, 전 세계를 군사적으로 지배하기 위해 무기증강에만 연간 517억 달러를 지출하는 미친 짓을 계속하고 있다.

무기증강 예산 517억 달러는 누가 가져가는가? 두 말할 나위 없이, 미국군에게 무기를 조달하는 100대 군수업체들이 챙긴다. 그 100대 군수업체들 가운데 68개가 미국 군수업체이고, 4개가 미국이 다른 나라와 합작한 군수업체, 7개가 영국 군수업체, 3개가 독일 군수업체, 3개가 이스라엘 군수업체, 2개가 터키 군수업체다. 그 밖에도 캐나다, 유럽연합, 프랑스, 스위스, 오스트리아, 러시아, 일본, 노르웨이, 덴마크, 크로아티아, 브라질, 아르헨티나, 싱가포르 등 13개국 군수업체들이 미국군에게 무기를 판매하고 있다. 이것은 미국의 광적인 군비확장 뒤에서 거대자본의 착취가 자행되고 있음을 말해준다.

백악관이 철군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까닭

만일 백악관이 무기증강 비용을 대폭 삭감하는 경우, 대형 군수업체들과 미국 군부가 완강히 반대할 것이다. 백악관이 군수업체들과 군부의 반대를 뚫고 무기증강 비용을 삭감하는 조치를 취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해 보인다. 그렇다면 미국이 파국을 피할 수 있는 재정지출 삭감은 영영 불가능한 것일까?

미국에서 재정적자 폭증과 채무상환 불이행의 위험도가 높아진 2011년 7월 21일, 공화당 대권주자로 등장한 론 폴(Ron Paul) 연방하원의원이 공영텔레비전방송 <PBS>의 대담순서에 출연하여 흥미로운 발언을 남겼다. 그 대목은 이렇다. 대담진행자가 그에게 “당신은 대통령이 되면 재임기간에 연방정부 재정적자를 해소하겠다고 말해왔는데, 현재 수조 달러가 넘는 재정적자가 있는데 어느 부문에서 재정지출을 삭감하려는가”고 물었다. 그는 이렇게 답했다. “나는 해외 군사작전에서부터 (삭감을) 시작하겠다. 우리는 그것 때문에 골치가 아프고, 우리의 국방도 그것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다. 우리는 우리의 군사주의와 대외원조와 손해, 그리고 우리가 코리아와 일본에 우리 군대를 주둔시키는 이유 등 이런 모든 문제들을 계산해보면, 수천만 달러를 절약할 수 있다. 우리는 많이 절약할 수 있다.”

론 폴 하원의원은 주한미국군과 주일미국군의 철군으로 재정지출을 삼각할 수 있다고 답변했지만, 주한미국군과 주일미국군의 동반철군은 미국이 ‘제국의 지위’를 상실하고 삼류국가로 전락할 때나 가능할 것이다. 미국이 아시아와 태평양을 지배하려면 반드시 일본에 미국군을 주둔시켜야 하므로, 미국이 건재한 동안에는 주일미국군을 철군대상으로 거론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그러나 미국이 재정지출을 삭감하는 비상조치의 하나로 철군을 거론할 만한 대상이 있다. 주한미국군이 그 대상이다. 그렇게 보는 까닭은, 북측이 핵무기를 보유한 신흥군사강국으로 등장한 이후 주한미국군은 군사전략적 가치를 완전히 상실하고 말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미국은 이미 잃어버린 주한미국군의 군사전략적 가치를 회복해보려고 북침전쟁연습을 종전보다 더 강화하고 있다. 지금 미국은 북침전쟁연습을 강화하여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을 더욱 높이고, 자기들이 고조시킨 군사적 긴장으로 주한미국군의 군사전략적 가치 상실을 감추고 주둔을 연장하려는 잔꾀를 부리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런 잔꾀는 미련한 잔꾀일 뿐이다. 그렇게 보는 까닭은 아래와 같다.

만일 세계를 군사적으로 지배하려는 ‘제국의 야욕’이 꺾이는 경우, 그리고 군산복합체의 이윤추구를 위한 광적인 군비확장에 강한 제동이 걸리는 경우, 백악관은 주한미국군 철군을 선택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세계를 군사적으로 지배하려는 ‘제국의 야욕’을 꺾어놓고, 군산복합체의 이윤추구를 위한 광적인 군비확장에 제동을 거는 것은 재정파탄이라는 ‘시한폭탄’이다. 그것만이 아니라, 핵무기를 보유한 신흥군사강국으로 등장한 북측의 대미압박도 더욱 강해지고 있다. 이처럼 재정파탄이라는 ‘시한폭탄’을 안고 있는 백악관이 더 이상 견딜 수 없는 파국의 벼랑 끝으로 밀려가고, 북측의 대미압박에 밀린 백악관이 북측과 한반도 비핵화와 관계정상화를 위한 양자회담을 시작할 때, 주한미국군 철군은 선택가능한 대안으로 부상할 것이다. 거기에 더하여, 만일 2012년 12월 남측 대선에서 정권교체가 실현되어 2013년부터 남북관계 개선이 급진전되면, 2013년 1월 20일에 출범할 미국의 신임정권에게 주한미국군 철군은 선택가능한 대안을 넘어 실현가능한 대안으로 거론될 것이다.

미국의 재정파탄위기, 한반도 비핵화 진전, 북미관계 정상화 진전, 남측의 정권교체는 먼 훗날의 희망사항이 아니라, 현재 진행 중이거나 당장 내년이면 현실화될 당면현안이다. 이를테면, 미국의 재정파탄위기는 이미 시작되었고, 한반도 비핵화와 북미관계 정상화는 2011년 7월 28일 김계관 북측 외무성 제1부상의 미국 방문으로 급하게 시동을 걸게 된다. 예측을 불허하는 것이 있다면 남측의 정권교체 가능성인데, 지금 민주노동당은 진보신당, 국민참여당과 함께 진보통합당을 건설하고 민주당과 야권연대를 실현하여 2012년 총선과 대선에서 한나라당을 꺾을 정치적 준비태세를 갖추고 있는 중이다. 추진과정에서 우여곡절이 많지만, 진보통합당 건설과 폭넓은 야권연대가 성공하면, 그 동안 지지율 고공행진을 거듭해온 ‘박근혜의 신화’를 넘어설 방도를 찾을 수 있으므로, 2012년 정권교체 전망이 한결 밝아진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2012년부터 한반도 정세는 철군과 평화를 향한 대전환을 시작할 것으로 예견할 수 있다.

1977년의 철군계획과 2017년의 변환계획

1977년 1월 20일 지미 카터(Jimmy Carter) 당시 대통령은 백악관에 입성하자마자 국방부 예산을 60억 달러 삭감하고, 주한미국군 철군계획을 추진하였다. 그러나 그가 추진한 주한미국군 철군계획은 1977년 3월 19일 당시 주한미국군사령부 참모장이었던 존 싱글러브(John K. Singlaub) 중장이 주한미국군 철군계획을 공개적으로 반대하는 항명파동을 일으켰다가 3월 21일에 예편당하는 사건이 일어나고, 1978년에 연방의회의 철군계획 취소압박이 거세지는 우여곡절을 겪다가 결국 좌초되고 말았다.

미국은 건국 이래 채무상환 불이행 사태를 겪은 적이 없지만, 카터 정부 시기인 1979년 4월 26일부터 5월 10일까지 채무상환이 지연된 사태가 있었다. 미국의 채무상환 지연 사태가 1979년이 아니라 1977년에 일어나고, 상환지연 사태가 아니라 상환불이행 사태가 터졌더라면, 카터의 주한미국군 철군계획은 중단없이 추진되었을 것이다. 철군계획이 실제로 추진되어 1982년까지 주한미국군 철군을 완료하였더라면, 그로부터 30년이 지난 오늘 이 민족은 자주적인 통일공화국에서 화목한 삶을 살고 있었을 것이다.

카터의 주한미국군 철군계획이 추진되고 있었던 1978년 5월 미국 연방의회 재정실(Congressional Budget Office)은 보고서 ‘주한미국군 철군의 군사력 기획과 재정적 함의(Force Planning and Budgetary Implications of U.S. Withdrawal from Korea)’를 발표하였다. 그 보고서를 주목하는 까닭은, 주한미국군 철군과 재정감축 효과의 상호연관성을 논한 대목이 눈길을 끌기 때문이다. 그 대목을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첫째, 남측에 주둔하는 미국군 제2사단을 1982년까지 해체하는 방안이다. 이에 따른 재정감축 효과는 12억8,000만 달러로 추산되었다.
둘째, 미국군 제2사단을 개편하여 1982년까지 유럽에 재배치하는 방안이다. 이 방안은 아래와 같이 세 가지로 세분된다. 미국군 제2사단을 해체하고, 유럽에 배치할 예비병력으로 전환시킬 경우, 재정감축 효과는 14억8,000만 달러로 추산되었다. 또한 미국군 제2사단을 2개 여단으로 개편하고, 유럽에 배치할 예비병력으로 전환시킬 경우, 재정감축 효과는 7억9,000만 달러로 추산되었다. 또한 미국군 제2사단을 현재 상태로 유지하고, 유럽에 배치할 경우, 재정감축 효과는 17억9,000만 달러로 추산되었다.
셋째, 미국군 제2사단을 신속배치군으로 개편하는 방안이다. 이에 따른 재정감축 효과는 13억2,000만 달러로 추산되었다.

위의 보고서에 나타난 재정감축 효과는, 철군비용이나 철군 이후에 대비해 한국군 군사력을 증강시켜주는 군사지원비용을 제외한 실제 비용이다. 그런데 위의 보고서에 나타난 재정감축 효과는 지금으로부터 33년 전인 1978년 시가로 산정된 것이므로, 33년이 지난 현재 시가로 환산하면 약 10억 달러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지적하는 것은, 미국군이 남측에서 단독으로 또는 한국군과 합동으로 전개하는 수많은 북침전쟁연습을 전면 중단하는 것에 따른 재정감축 효과가 위의 보고서에 포함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북침전쟁연습 전면 중단에 따른 재정감축 효과는, 미국군 제2사단 철군에 따른 재정감축 효과만큼 클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주한미국군 철군에 따른 미국의 재정감축 효과는 연간 약 40억 달러가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카터의 주한미국군 철군계획이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좌초되었던 때로부터 32년이 흐른 2010년 8월 25일 미국군 소식지 <성조>에 주목할 만한 기사가 실렸다. ‘군사력 변환을 시작한 주한미국군(U.S. Army in South Korea Begins Transformation of Forces)’이라는 제목의 기사다. 그 기사에 등장한 미8군사령부 대변인 제프 부코우스키(Jeff Buczkowski)의 말에 따르면, 변환계획은 주한미국군을 남측에 고정배치하는 것이 아니라 한반도 밖으로 전진배치하는 야전군으로 개편하는 것인데, 그 계획은 2017년까지 완성될 것이라고 한다. 주한미국군 변환계획에 따르면, 제2사단은 적어도 2017년까지 신속배치군으로 완전히 변환되는 것이다.

그런데 위에서 논한 것처럼, 미국의 재정파탄위기가 더욱 심화되면, 재정적자를 대폭 삭감하는 비상대책을 취하는 과정에서 2017년의 주한미국군 제2사단 변환계획이 철군계획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 변환계획과 철군계획의 상호거리는 멀지 않다. 신속배치군을 한반도 밖에 전진배치하였다가 남측으로 돌려보내지 않고 미국으로 불러들이면 그것이 곧 철군이다. 실제로 2004년에 주한미국군 제2사단 제2연대 병력 3,900명이 이라크 전선으로 차출되었다가 남측으로 돌아가지 않고 미국 본토 콜로라도주에 있는 포트 칼슨(Fort Carson)으로 재배치되어 한반도를 떠났다. 연방의회 재정실이 1978년 5월에 작성한 위의 보고서에서도 미국군 제2사단을 한반도가 아닌 다른 지역에 재배치하는 것이 재정감축 효과가 가장 크다고 지적한 바 있다. 미국의 재정파탄위기가 심화되는 것과 함께, 변환계획이 철군계획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차츰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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