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한-일 군사협력, 어디까지 왔나?
한국과 일본 사이의 군사 협력이 본격화되고 있다. 지난 1월 10일 방한한 기타자와 도시미 일본 방위상은 김관진 국방장관과 회담을 갖고 군수지원협정 체결을 우선 추진하되, 정보보호협정도 점차적으로 추진키로 했다. 이와 관련해 한국 국방부는 “한일 군사협정 체결의 공감대를 형성”하고, “유엔평화유지활동(PKO)과 인도적 지원 및 재난구호활동 등의 분야에서 물자, 식량, 연료를 서로 지원하는 상호군수지원협정 체결을 위해 구체적인 협의를 진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한 “정보공유가 중요하다는 점에 공감하고 앞으로 정보보호협정(군사비밀보호협정) 체결도 추진”하기로 했다. 다만 정보보호협정은 “국민정서를 고려해가면서 점진적으로 시행할 예정”이라고 국방부 관계자는 밝혔다.
이러한 한일간의 군사 협력 강화 움직임은 2010년부터 두드러지게 나타나기 시작했다. 작년 7월 하순 동해에서 실시된 한미 연합훈련에 사상 최초로 일본 해상자위대 소속 장교들이 조지워싱턴호에 승선해 이 훈련을 참관했다. 10월에 한국 주관으로 부산 앞바다에서 실시된 대량살상무기확산방지구상(PSI) 훈련에도 일본은 호위함과 P3C 초계기 등을 투입했다. 일본 자위대 함정이 한국 수역으로 들어와 군사훈련을 실시한 것은 해방 이후 이 때가 처음이었다. 또한 12월 3일부터 10일까지 실시된 미일 합동군사훈련 ‘예리한 칼’에도 사상 최초로 한국군 장교 4명이 옵서버 자격으로 참여하기도 했다.
급기야 12월 중순에는 “한반도 유사시 한반도 거주 일본인을 구출하기 위해 자위대 파견을 검토하고 있고 이를 위해 한국 정부와 협의하겠다”는 간 나오토 일본 총리의 발언이 나오면서 파문이 일었다. 일본 민주당의 연정 파트너인 사민당의 후쿠시마 미즈호 당수는 “이건 지나치다. 자위대를 파견하면 전쟁에 돌입하게 될지도 모른다”며 강한 우려를 표명했다. 이명박 정부 역시 지금까지 그러한 협의는 없었다며, “현실성 없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파문이 확산되자 일본 정부 대변인 격인 센고쿠 요시토 관방장관은 기자회견을 통해 “전혀 모르겠다. 검토조차 한 적이 없고 협의도 없었다”며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일본 총리의 발언을 일시적인 해프닝으로 넘기기는 어렵다. 그의 발언 속에는 한반도 유사시 일본의 개입력을 높이려는 미일동맹의 오랜 기류와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특히 2010년 들어 가속화되고 있는 한일간 군사 협력 및 한-미-일 3각 동맹 추진 분위기가 내포되어 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듯 한일 군사 협력 강화는 크게 두 가지 양태를 보이고 있다. 첫째는 군수지원협정과 정보보호협정과 같이 양국의 군사 협력을 제도화하는 ‘군사 협정’ 체결이고, 둘째는 과거 한미와 미일로 나누어 진행되어 실시되었던 군사 훈련이 한일 양국의 군 인사가 교차 참관하는 ‘군 인사 교류의 본격화’이다. 이러한 현상은 동아시아에서 미국 주도의 한-미-일 3각 동맹체제를 구축하려는 미국의 오랜 숙원이 반영되어 있다. 또한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론과 북한급변사태론을 포함한 한반도 유사시에 대한 공동 대응 수위를 높이고, 부상하는 중국에 대한 군사적 견제와 봉쇄를 추구하려는 안보 전략이 반영되어 있기도 하다.
또한 한-미-일 3각 동맹 구축의 가시화 및 이를 뒷받침하는 한일 군사 협력의 강화는 이명박 정부 출범을 계기로 한-미-일 3국의 외교안보 전략이 수렴하고 있는 데에 따른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이명박 정부는 출범 초기인 2008년 3월 11일 외교부 업무 보고를 통해 “동아시아 전략적 협력 강화의 일환으로 한-미-일 3자 협의를 가동해서, 한반도 및 동북아 문제뿐만 아니라 범세계적 문제를 협의하는 체제를 만들겠다”는 입장을 피력한 바 있다. 다음날 티모시 키팅 태평양사령부 사령관은 미국 상원 청문회 자리에서 “한-미-일 세 나라는 아시아-태평양에서 복잡한 우발 상황을 다룰 수 있는 재원과 병참 역량, 그리고 계획 능력을 갖고 있다”며, “우리는 한-미-일 세 나라 사이의 삼각 협력을 고무시키고 있다”고 화답했다. 일본 역시 오랫동안 한일 군사협력 강화 및 한-미-일 3각 체제 강화를 희망해왔는데, 이러한 기류는 민주당 정권 출범 이후, 특히 하토야마가 물러나고 간 나오토 총리가 등장한 이후 더욱 구체화되고 있다.
이는 한일 양국 정상이 말한 “미래지향적 관계”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 간 나오토 총리는 지난 8월 한일강제병합 100주년을 맞이해 강제병합의 강제성과 불법성이 누락된 “사죄의 심정”을 밝히면서 군사 분야에서도 한일간의 협력을 강조한 바 있다. 이명박 대통령 역시 지난해 11월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미일 군사훈련에 한국군 참관 등 한일 군사 협력에 대해 양국이 “서로를 이해하고 신뢰를 쌓아 올린다면 자연스럽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2. 한일 군사 협력 무엇이 문제인가?
(1) 상호군수지원협정: 자위대 한반도 파견 제도화 위험
우선 상호군수지원협정과 관련해 국방부는 PKO 및 인도적 지원과 재난구호에 한정될 것이라며 이는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인도적 지원과 재난구호 자체가 대단히 범주가 넓고 모호한 개념이다. 인도적 지원과 재난구호에 대한 군사력의 투입은 자연재해와 전염병, 테러와 같은 ‘비전통적 범주’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유사시 자국민 보호와 구조, 전후 복구와 같은 ‘전통적 범주’의 재난에 따른 범주에도 적용될 수 있다. 북한급변사태를 포함한 한반도 유사시가 ‘전통적 범주’에 해당될 수 있는데, 이는 곧 한반도 유사시 일본인을 구출하기 위한 자위대 파병 문제와도 연결된다.
실제로 일본이 상호군수지원협정을 강력히 원하고 있는 데에는 한반도 유사시 자국군 구출을 명분으로 자위대 파견을 제도화하려는 의도에서 비롯되었을 공산이 크다. 이미 일본은 미국과의 ‘작전계획 5055’를 통해 한반도 유사시 자위대 파견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해놓았다. 2004년 12월 4일자 <아사히신문>의 보도에 따르면, 미일 양국은 2002년 이 계획에 합의하고 한반도 유사시 자위대의 임무를 구체적으로 명시했다. 여기에는 ▲조난당한 미군의 수색․구조 등 미군에 대한 직접 지원 ▲미군의 출격․보급의 거점이 되는 기지와 항만의 안전 확보 ▲주일미군 기지 및 원자력발전소 등 135개의 주요 시설 경비 ▲북한의 공작선 침투에 대비한 해상자위대의 호위함 및 초계기 활동 ▲부유 기뢰를 제거해 일본 규슈 북부에서 한반도로 향하는 해상 수송로 확보 ▲조기경보 정보 수집 및 C-130 수송기를 이용한 한국 내 일본인 소개 작전 등이 포함되어 있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한반도 유사시 자위대 출동 계획이 미일동맹 수준에서는 이미 상당히 깊숙이 논의되고 있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물론 미일동맹 차원에서 한반도 유사시 자위대 파견 필요성에 대해 공감을 이뤘다고 해서, 이 계획이 그대로 실행되기는 어려울 수 있다. 자위대 파견을 위해서는 한일간의 합의도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간 나오토 총리가 한일간의 협력 필요성을 강조하고, 아즈미 준 방위성 부대신이 “외교 루트를 통해 제대로 (한국에) 얘기를 하지 않으면 이쪽(일본)의 의사만으로는 좀처럼 일이 진전되지 않을 수 있다”며 한국과의 협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도 이러한 현실을 반영한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일본은 한국과의 상호군수지원협정을 한반도 유사시 자위대 파견을 보장받는 제도적 장치로 활용하려고 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분석을 뒷받침하듯, 한일 국방장관 회담 1주일 후 3일간(1월 17-20일) 일본 자위대는 긴급사태 발생시 외국에 체재하는 일본인을 긴급 수송하는 훈련을 실시했는데, <교도통신>은 이를 두고 한반도 유사시를 염두에 둔 것이라고 분석했다.
(2) 정보보호협정: 북한급변사태 및 MD
한일 정보보호협정의 문제점은 이 협정의 핵심 대상이 되는 사안을 분석해보면 잘 드러난다. 양국이 정보보호협정을 추진하고 있는 목적은 “북한의 급변사태 대비” 및 “북한의 핵이나 미사일 위협”에 대한 정보 및 첩보 공유하자는 데에 있다. 그런데 “북한 급변사태 대비”는 이명박 정부의 ‘흡수통일론’과 연결되어 있고,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은 미국 주도의 동북아 지역 미사일방어체제(MD) 구축 계획을 염두에 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이 두 가지는 한-미-일 3각 동맹의 핵심적인 두 축이라고 할 수 있다.
먼저 한일 정보보호협정과 흡수통일론과의 연관성은 이명박 정부의 흡수통일에 대한 집착에서 찾아볼 수 있다. <위키리크스>가 2010년 11월부터 공개하기 시작한 비밀 외교전문 가운데 2010년 2월 천영우 당시 외교부 차관(현재는 청와대 외교안보수석)과 캐슬린 스티븐스 주한 미국대사의 대화록에 따르면, 스티븐스가 “강력한 한일관계가 일본으로 하여금 통일된 한반도를 받아들이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하자, “천 차관은 스티븐스 대사의 주장을 인정했다”고 한다. 이러한 두 사람의 대화는 ‘통일 한반도가 일본을 향해 뻗친 대륙의 칼이 될 것’이라는 일본의 전략적 우려를 해소해줌으로써 일본을 한반도 흡수통일의 협력자로 만들어야 한다는 전략적 의도를 내포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한미동맹 강화는 물론이고 한일 군사협력 강화, 그리고 한-미-일 3각 동맹의 출현 징후의 핵심적인 사유는 북한 급변사태 대비에 있다. 2010년 한미연례안보회의(SCM) 공동성명에는 북한의 “도발” 및 “침략”과 함께 “불안정 사태”에 대해서도 “효과적으로 대응할 준비를 갖추고 있다”고 명시되었는데, 한미동맹의 공식 문서에서 북한의 급변사태를 의미하는 문구가 들어간 것은 이때가 처음이었다. 특히 ‘한미 방위협력지침’에는 “명확한 전략지침 제공을 통해 한미연합군이 직면할 수 있는 다양한 시나리오의 우발상황에 대한 작전계획 발전 능력을 강화”하기로 했는데, 이는 북한 급변사태에 대비한 ‘개념계획 5029’를 작전계획으로 격상시키는 것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한편 미일간에도 북한 급변사태 논의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일본의 간 나오토 총리가 북한 급변사태에 대비해 미국에 정책협의를 요청했고, 이에 따라 미일 양국은 한미동맹이 ‘개념계획(혹은 작전계획) 5029’와 흡사한 공동 작전계획을 논의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앞서 언급한 것처럼 한일 정보보호협정의 핵심적인 목적도 “북한 급변사태 대비”에 있다.
정보보호협정의 또 하나의 핵심 목적은 미국 주도의 동북아 MD 구축에 있다. 이와 관련해 미국 국무부의 검증 및 순응·이행(Bureau of Verification, Compliance, and Implementation)의 프랭크 로즈 부차관보의 발언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는 2010년 9월 하순 도쿄 연설을 통해 아시아 지역 MD 구축에 강한 의지를 피력했다. 그는 “아시아에서 일본과 한국은 이미 중요한 MD 파트너들”이라고 일컬으면서 양자 협력을 넘어선 다자간 MD 협력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미국 고위 관료가 한국을 일본과 함께 “이미 중요한 MD 파트너”라고 언급한 것은 대단히 이례적이다. 로즈 부차관보는 특히 한국과 일본을 포함한 다자적 접근이 세 가지 이유에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정치적으로는” 적의 위협에 대한 공동의 대응 능력을 강화시켜주고, “운용상으로는” 데이터와 요격미사일 공유 등의 방식으로 MD 작전 능력을 증진시켜줄 것이며, “재정적으로는” MD 동맹국들 사이의 중복투자를 줄여 비용 절감형 MD를 구축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의 발언을 실증하듯 이미 미일간에는 합동 MD 훈련이 실시되어왔고, 한국도 2010년 7월 미국과 합동 MD 훈련을 벌인 바 있다. 한국의 이지스함인 세종대왕함이 적의 탄도미사일을 추적해 그 위치 정보를 미국 해군에 제공하자 미국 이지스함이 SM-3 미사일을 발사해 명중시켰다는 것이다. 이는 세종대왕함이 탄도미사일 발사를 탐지·추적할 수 있는 능력은 있지만, 탄도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는 SM-3를 장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전례에 비춰볼 때, 한일 정보보호협정이 체결되면 양국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에 대한 정보와 첩보를 공유하게 되고 그 핵심 목적은 MD가 될 가능성이 높다. 양국이 보유하고 있는 북한 미사일 감시 정보 자산을 공유하면서 유사시 MD 자산을 공유하려고 할 것이기 때문이다. 가령 북일간의 분쟁 발생시 한국의 이지스함이 일본 해상자위대에게 북한의 미사일 발사 정보를 전달하고, 일본은 SM-3를 장착한 이지스함이나 패트리어트 최신형인 PAC-3로 요격을 시도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3. 한반도 전쟁 위기 고조와 동북아 신냉전 초래
이렇듯 한미동맹과 한일 군사협력 등 양자 관계 강화 및 한-미-일 3각 동맹 추진 움직임이 야기할 수 있는 가장 큰 문제는 한반도 전쟁 위기를 고조시키고 동북아에서 신냉전을 초래할 위험이 크다는 데 있다. 한-미-일간에 한반도 유사시 군사적 대응 능력을 키운다는 것은 북한 급변사태 발생시 군사력 투입의 유혹을 더욱 키우고 이에 따라 한반도 무력 충돌 및 전면전으로의 확대 가능성도 커질 수밖에 없다. 또한 미국 주도의 동북아 MD 가속화는 북한의 보복 능력을 상당 부분 무력화시킬 수 있다는 계산으로 선제공격의 능력을 배가시키고, 중국과 러시아의 전략적 불안감을 증폭시켜 동북아 군비경쟁에 기름을 붓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우선 북한 급변사태 범주에 해당하는 일이 벌어지면, 한미연합군의 실제 투입 여부와 관계없이 한반도 전쟁 위기는 급속도록 높아지고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팽배해지면서 한국경제에도 직격탄이 될 수밖에 없다. 북한은 한미연합군의 사소한 움직임도 공격 및 침략 징후로 간주할 것이고 이에 맞서 전시 태세를 갖춰나갈 것이다. 거꾸로 북한군의 전시 태세는 한미연합군에게 북한의 도발 징후로 해석될 수 있다. ‘핫라인’을 비롯한 제대로 된 의사소통 구조도 없는 상태에서 양측의 전시 태세 착수가 초래할 위험의 핵심에는 우발적 무력충돌 및 확전이 도사리고 있다.
북한 급변사태 발생시 실제로 한미연합군이 일본의 후방 지원을 받아 북한에 들어간다면, 민족 공멸을 피하기는 더욱 어려워진다. 한-미-일 일각에서는 ‘평화적 흡수통일’을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최소한으로는 ‘국지전’, 현실적으로는 ‘전면전’, 상황에 따라서는 ‘핵전쟁’과 ‘국제전’에 맞닥뜨릴 공산이 대단히 크기 때문이다. ‘2020년 국방백서’에 따르면, 북한은 정규군과 예비군을 합쳐 약 890만명이 전투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영토는 수천개의 지하터널로 요새화되어 있고 영토의 80% 가까이는 산악지형이다. 이러한 현실을 망각하고 한미연합군이 투입된다면, 한반도는 그야말로 피비린내 나는 ‘장기전’을 치를 수밖에 없다. 북한의 장사정포 및 탄도미사일, 잠수함(정) 및 특수부대의 능력을 고려할 때, 전선이 남한과 일본의 개입 여부에 따른 동북아로 확대되는 것도 시간문제가 될 것이다.
‘핵전쟁’으로 비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도 한반도의 냉엄한 현실이다. 이미 5개 안팎의 핵무기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진 북한이 한미연합군의 공격에 대한 보복으로 핵 사용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와 관련해 미국 국가정보위원회 국장인 존 맥코넬은 2008년 2월 “북한이 정권의 붕괴를 가져올 수 있는 군사적 패배에 직면하거나 급변사태가 발생하지 않으면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뒤집어 말하면, 북한의 급변사태 발생시 한미연합군이 투입되면 북한이 핵무기를 사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이다. 만약 북한이 핵무기를 사용한다면, 한국에게 핵우산을 공약한 미국도 핵 보복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북한 급변사태 발생 및 한미연합군의(상황에 따라서는 자위대까지) 개입시 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공멸의 시나리오’이다.
한국전쟁 때처럼 중국의 개입으로 ‘국제전’으로 비화될 가능성도 얼마든지 있다. 북한과 ‘상호우호조약’을 맺고 있는 중국은 북한의 남침시 이를 지원하지 않겠지만, 북한이 공격받을 경우 돕겠다는 입장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가능성이 높고 낮음을 떠나 이러한 상황이 발생하면, 한반도는 남북한의 전쟁과 미-중 두 강대국간의 무력충돌이 맞물리게 된다. 특히 미일동맹과 중국은 전선을 한반도 ‘안’으로 한정하려고 할 것이기 때문에, 주변 국가의 영토는 무사하거나 괴멸적인 피해를 입지 않겠지만 한반도는 또 다시 초토화되고 말 것이다.
한-미-일 3각 동맹의 가시화는 동북아의 신냉전을 초래할 위험이 크다는 점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한-미-일 3국이 공식적인 안보조약을 통해 3각 동맹을 구축할 가능성은 낮다. 그러나 현재와 같은 상황 전개를 방치할 경우, 미국이 주도하고 한국과 일본이 하위 파트너로 참여하는 ‘사실상(de facto)’의 3각 동맹체제가 출현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대북 강경기조의 한-미-일 공조체계, 한반도 유사시 한미동맹과 미일동맹의 유기적 연결 고리, 미국 주도의 동북아 미사일방어체제(MD) 구축, 합동군사훈련의 실시, 미국의 ‘중국위협론’과 한미 양국의 ‘중국경계론’ 및 대미 편승의 관성, 그리고 한일 군사협력이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이미 중국은 이러한 가능성에 강한 경계심을 표출하고 있다. 중국 관영 <인민일보> 자매지인 <환구시보> 영문판이 2010년 8월 24일 ‘일-한 동맹을 조심하라’는 제하의 사설을 통해, “일한 양국이 중국과 북한을 상대로 손을 잡으려고 하는 움직임은 동북아에 매우 위험한 장애를 조성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나섰다. 이 매체는 한일간의 미래 파트너십이 중국과 북한의 위협에 대처하고 위한 성격이 있다는 일본 <교토통신>의 보도를 인용하면서, “이웃과 친구가 되기 위해 또 다른 적을 만들지 말라”고 덧붙였다. 한일 국방장관 회담이 열린 다음날인 2011년 1월 11일에 <신화통신>은 일본이 한반도 위기상황을 자위대의 역할확대를 포함한 군사적 역량 강화에 이용하고 있다며 경계심을 나타냈다. <중국신문사> 역시 같은 날, “마이크 멀린 미 합참의장의 2010년 12월 한일 양국 방문을 계기로 한일 군사협력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며, 한일 군사협력 강화가 미국의 요구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이러한 중국 언론의 보도에는 한일 군사협력이 중국을 겨냥하고 있다는 의구심이 깔려 있다고 할 수 있다. 주목할 점은 이러한 시각이 중국으로부터 나오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미국의 <성조지>는 1월 11일자 보도에서 전문가들을 인용해 “한일 군사협정은 진정한 목적은 중국에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의 싱크탱크인 동서연구소의 데니 로이는 “한일 군사 협력은 한반도보다 중국에 더 큰 함의를 갖는다”며, 양국간의 군사협력은 중국의 부상을 견제하기 위한 의도에서 비롯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렇듯 한-미-일 3각 동맹의 출현이 동북아, 특히 한반도에 재앙적인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점은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38선은 한반도의 분단선이자 동북아의 세력균형선이라는 점에서, 한-미-일 동맹의 출현은 북-중-러 대응 동맹의 결속을 야기하는 역사구조적인 성격을 안고 있다. 이렇게 되면, 평화적 통일은 더욱 멀어지고 북한의 중국 예속화는 가속화될 수밖에 없다. 한-미-일 동맹과 동북아 신냉전을 자초하면서 통일세를 제안한 이명박 대통령의 8.15 경축사가 더더욱 ‘허무 개그’로 들리는 까닭이다. 또한 일본을 제치고 세계 2위의 경제대국으로 부상한 중국은 한국에게 미국과 일본을 합친 것보다 더 비중을 차지하는 최대 무역 상대국이다. 안 그래도 ‘한국이 경제적 단물은 빼먹고 군사적으로는 미국에 편승해 중국 봉쇄를 추구한다’는 불만이 중국 내에서 제기되고 있는 상황에서, 한-미-일 동맹의 출현 가능성은 한국에게 외교안보적 난관뿐만 아니라 경제적 딜레마도 가속화시킬 수 있다는 의미이다. 자본과 정치권력을 동시에 쥐고 있는 중국 공산당은 외교안보적 목표 관철을 위해 경제적 카드를 사용할 수 있는 행위자라는 점에서 이러한 우려는 결코 가볍게 넘길 사안이 아니다.
이러한 한반도와 동북아의 불안을 해소하고, 일본 내 일각의 군국주의 야심을 꺾을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이명박 정부가 흡수통일 망상을 접고 남북관계 정상화와 함께 북미·북일 관계 개선을 중재·촉진하는 것에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것이야말로 오늘날 분단국 남쪽 지도자가 선택해야 할 역사적 책무라고 할 수 있다. 과거에는 힘도 없었고 주변 여건도 여의치 않아 한반도가 강대국 정치의 희생양이 되었지만, 오늘날의 한국은 분명 이렇게 할 수 있는 힘과 여건을 갖추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정부에게는 ‘역사적 순간에 운명적 역할’을 할 수 있는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 이러다가 한반도의 시계가 100년 전으로 뒷걸음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강한 우려가 드는 까닭이 아닐 수 없다.
* 정욱식 평화네트워크(www.peacekorea.org) 대표 이 글은 민주노동당 이정희 의원실 주최로 1월 27일에 열린 토론회에서 발표한 발제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