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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제3차 세계 대전 :
(가) 현재 상황
2010년 여름, 한때 '미국의 호수'로 불렸던 태평양에서 미국과 중국 사이의 군사적 긴장이 고조됐다. 일 년 전까지만 해도 아무도 그런 전개를 예상하지 못했다. 2차대전 이후로 미국이 영국과 동맹을 맺고 영국의 국제적 영향력을 잠식했듯이, 중국은 지금 미국과의 무역에서 챙긴 이득으로 미국의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수로에 대한 군사적 도전을 감행하고 있다.
넘쳐나는 자원을 바탕으로 중국은 한국에서 인도네시아에 달하는 광대한 해역을 자신의 것으로 요구했다. 이 해역은 미 해군의 지배하에 있었다. 지난 8월 미국이 남중국해에서의 '국익'을 운운하며 해군 훈련을 하자 중국의 이런 주장은 더욱 강해졌다. 중국 일간지 <환구시보>의 영문판 <글로벌 타임스>는 미국의 행동에 격분하며 "미국과 중국이 남중국해에서 엎치락뒤치락하며 맞붙는 것(wrestling)은 지구의 진정한 미래의 지배자가 누가 될지를 다투는 것"이라고 말했다.
긴장이 고조되는 속에 미 국방부는 중국이 지금 "서태평양에서 미 항공모함을 공격할 능력이 있"으며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핵능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미 국방부는 중국이 "핵전쟁, 사이버 전쟁, 우주전쟁에서 공세적 능력"을 개발함으로써 "현대전의 모든 전장에서의 정보능력"의 지배권을 놓고 미국과 대결을 벌일 결심인 것으로 보았다. 중국은 신세대 로켓인 '창정 5호' 개발을 계속하고 있고 또한 2010년 1월과 7월 등 총 5개의 인공위성을 발사했다. 중국은 2020년까지 35개의 위성으로 구성된 '독립적인' 네트워크를 구축함으로써 전지구적인 교통, 통신, 정찰 능력을 보유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미국은 중국을 견제하고 전지구적인 군사적 영향력을 확장하기 위해 공중 및 우주 장비들 간의 전자 네트워크와 진보된 사이버전 능력, 전자 감시 체계를 새로이 구축하는 일에 열중하고 있다. 군사 전문가들은 이 통합된 시스템을 통해 지구를 전자 그물망으로 뒤덮어, 한 나라 군대 전체를 장님으로 만들 수 있고, 또 황야에 있거나 빈민가에 웅크리고 있는 단 한 명의 테러리스트의 움직임도 감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모든 것이 계획대로만 된다면 2020년에 미 국방부는 세 겹으로 된 우주 무인정찰기의 방어망을 쏘아올릴 수 있을 것이다. 이 방어망은 성층권에서 대기권 외부에 걸쳐 있으며, 미사일로 무장했고, 탄력적인 모듈 식의 위성 시스템과 연동되고, 완벽한 위성 감시 체계를 통해 작동된다.
지난 4월 국방부는 새로운 역사를 썼다. 그들은 X-37B라는 무인 우주 왕복선을 지상 약 257km 궤도에 쏘아 올림으로써 무인정찰기의 작전 범위를 대기권 밖까지 확장했다. X-37B는 우주의 무기화를 처음으로 실현함으로써 무인 기기의 새로운 세대를 열었고 미래전의 새로운 전장을 만들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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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4월 미국에서 발사된 무인 우주선 X-37B ⓒEPA=연합 | (나) 2025년의 시나리오
우주 및 사이버전 기술은 너무 새롭고 아직 시험을 거치지 않은 것이어서 (지금은) 매우 기이한 것처럼 보이는 시나리오라 할지라도 우리가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형태로 현실화될 가능성도 많다. 미 공군이 2009년 자체 제작한 '미래전 능력 연습'의 시나리오를 채택해 보면 "공중, 우주, 사이버 공간이 전쟁에서 어떻게 중첩되는지"를 좀더 잘 이해할 수 있다. 또한 미래의 세계 대전이 어떻게 실현될지를 상상할 수 있다.
2025년 추수감사절(11월 넷째 주 목요일) 밤 11시 59분. 최신 중국산 전자제품의 할인판매를 찾아 헤매는 사이버 쇼핑객들의 인터넷 쇼핑몰 사이트 접속이 폭주하는 동안, 하와이 마우이 섬의 기지에서 커피를 마시던 미 공군 우주감시팀(SST)의 기술자들은 그들의 대형 스크린이 갑자기 삑 하는 소리와 함께 온통 까맣게 변해 버린 것을 보았다. 그곳으로부터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텍사스의 사이버전 사령부 관계자들은 악성 코드를 발견했고, 비록 작성자는 익명으로 돼 있었지만 그들은 그 코드의 전자적 특성에서 뚜렷이 중국 인민해방군의 흔적을 찾을 수 있었다.
첫 번째로 공공연히 이루어진 공격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중국의 '악성 코드'가 한국과 일본 사이의 대한해협 위 11만km 상공에 떠 있는, 태양열 전지로 구동되는 미국의 무인정찰기 '벌쳐'(독수리)를 장악해버린 것이다. 이 정찰기는 갑자기 모든 무기를 자그마치 120미터나 되는 자신의 날개 밑으로 발사했고, 치명적인 위력의 미사일 몇십 발도 공허하게 황해로 떨어졌으며, 가공할 만한 이 무기는 효과적으로 무장 해제됐다.
'눈에는 눈' 식으로 대응하기로 한 미국 백악관은 보복 공격을 승인했다. 미국의 "지적이며,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F-6 위성 시스템이 난공불락일 거라 확신하며, 캘리포니아 주둔 미 공군 사령관은 지상 400km 궤도에 있는 X-37B 편대에 중국 인공위성 35개를 '트리플 터미네이터' 미사일로 끝장내 버리라는 명령을 전자 코드화해 전송했다. 응답이 없었다. 거의 패닉 상태에 빠진 미 공군은 태평양 상공 160km 지점으로 초음속 비행체 '팔콘'(매)을 발진시켰고, 20분 후 그 지점에서 가까운 궤도에 있는 중국 위성 7개에 미사일을 발사하라는 명령을 담은 컴퓨터 코드를 발송했다. 발사 코드도 갑자기 작동하지 않았다.
중국발(發) 컴퓨터 바이러스가 F-6 위성 시스템에 통제 불능으로 퍼져 나갔고, 세계 2위의 성능을 보유한 미국 수퍼컴퓨터는 이 바이러스의 지독히도 복잡한 악성 코드를 푸는 데 실패했다. GPS 정보는 미군 함선과 항공기에 결정적으로 중요하기 때문에 함대와 항공 전력도 무력화됐다. 항공모함 전단은 태평양에서 원을 그리며 빙빙 돌기 시작했고, 전투기 편대는 지상에 발이 묶여 있었으며, 무인정찰기는 목표도 없이 지평선을 향해 날다가 연료가 다하면 떨어져 폭발했다. 미국은 갑자기 미 공군이 "최종 전장"이라고 불렀던 것, 즉 우주를 잃었다. 겨우 몇 시간 만에 한때 한 세기 넘게 지구를 지배했던 미국 군사력은 단 한 명의 인명 피해도 없이 제3차 세계 대전에서 패전했다.
새로운 세계 질서?
설사 미래에 실제로 일어날 일이 이 4가지 시나리오에서 제시하는 것보다는 다소 나은 모습일지라도, 모든 뚜렷한 경향들에서 2025년까지 미국의 세계적 영향력은 쇠퇴할 것이며 이는 현재 미국이 예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충격적으로 일어날 것임을 읽을 수 있다.
세계에 퍼진 미국의 동맹국들은 새로운 아시아의 강대국이 떠오르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 또 그들은 800개 이상의 해외 주둔 기지를 유지하는 데 드는 비용을 미국이 감당할 수 없기에 결국 내키지 않더라도 철수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안다. 이 때문에 동맹국들은 그들의 (친미적인) 정책을 조정하기 시작했다. 미국과 중국이 우주와 사이버 공간을 무기화하는 경쟁을 하고 있기 때문에 두 강대국 간의 긴장은 고조되고 있으며 2025년 무력 충돌 가능성도 높다.
일을 더 복잡하게 만드는 것은, 위에 서술된 경제적, 군사적, 기술적인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점이다. 2차대전 후 유럽의 여러 제국들에서 그랬듯이 이 부정적인 요소들이 시너지(상승 효과)를 발휘할 것이라는 데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각 요소들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결합해 미국인들이 미처 준비되지 않은 위기를 만들어낼 것이고, 경제는 하강의 소용돌이를 그릴 것이며, 이 나라는 한 세대 혹은 그 이상의 기간 동안 경제적으로 비참한 지경에 처할 것이다.
미국의 국력이 쇠퇴함에 따라 우리는 과거의 역사 속에서 미래의 세계 질서가 어떻게 변화할지에 대한 스펙트럼을 찾아볼 수 있다. 이 스펙트럼의 한쪽 끝에는 새로운 전지구적 초강대국의 부상이 있다. 그러나 중국과 러시아는 둘 모두 보편적이지 않은 문화를 가지고 있다. 로마자(알파벳)와는 상이한 문자 체계와 그들의 지역적 방어 전략, 법 체계의 미발달은 그들이 스스로의 영향력을 전지구적으로 확대하는 데 방해가 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을 계승할 유일한 초강대국은 출현하지 않을 것처럼 보인다.
좀더 어둡고 디스토피아적인 지구의 미래도 이 스펙트럼의 어딘가에 놓여 있다. 초국적 기업 연합, 나토(NATO)와 같은 다국적군, 국제 금융 엘리트들이 국가 단위가 아닌 새로운 체제로 결합해 불안정한 상태를 만드는 것이 그것이다. 이 상태에서는 국가 단위의 제국에 대해 말하는 것은 더 이상 아무런 의미도 없을 것이다. 초국적 기업과 다문화 엘리트는 안전한 도시 지역을 지배할 것이고 다수의 사람들은 도시화에서 소외된, 지배력이 미치지 않는 황무지에 버려질 것이다.
<슬럼, 지구를 뒤덮다>의 저자인 마이크 데이비스 어바인 캘리포니아대학 교수는 이런 '슬럼의 행성'이 어떤 모습일지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그는 이미 전 세계적으로 수십 억의 사람들이 악취가 진동하는 슬럼에 몰려 있으며 2030년이면 20억 명이 그런 처지에 놓일 것이라고 주장한다. 데이비스 교수는 "21세기의 전장(戰場)인 제3세계의 '우울하고 실패한 도시'"가 출현할 것이며, 미래의 슬럼가에 어둠이 정착하면 "제국은 이들에게 조지 오웰의 <1984>에서나 나온 것 같은 전체주의적이고 억압적인 기술을 적용할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지금의 호넷(말벌) 헬리콥터와 같은 무장 헬리콥터가 슬럼 구역의 좁은 도로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적들을 추적할 것이고, 매일 아침 슬럼은 자살폭탄테러와 분노의 외침으로 답할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이 스펙트럼의 가운데에는 새롭게 부상하는 중국, 러시아, 인도, 브라질이 쇠퇴하는 영국, 독일, 일본, 미국과 2020~40년 정도에 일종의 과점 체제를 형성할 가능성도 있다. 이들은 이를 통해 일시적으로 세계를 지배할 것이다. 이는 1900년경 유럽 제국들의 느슨한 동맹이 전 인류의 절반 정도를 지배했던 모습과 유사할 것이다.
또다른 가능성은 근대적 제국 출현 이전에 있었던 국제 체제를 연상시키는, '지역 헤게모니'의 부상이다. 이 '신 베스트팔렌적'인 (17세기 독일의 30년 전쟁 이후 베스트팔렌 체제와 유사한) 세계 질서에서는, 소소한 무력 분쟁과 대책 없는 착취가 끊이지 않을 것이고, 각각의 헤게모니 국가들이 지역을 분할 지배할 것이다. 브라질은 남미에서, 미국은 북미에서, 남아공은 아프리카에서, 이런 식으로 말이다. 우주와 사이버공간, 심해 공간은 이전의 '세계 경찰' 미국의 통제에서 벗어나 국제 공동 관리 구역으로 남거나 유엔 안보리나 새로운 어떤 행위자의 관리 하에 들어갈 것이다.
이런 모든 시나리오는 미국이 지난 수십 년간 최강대국이었다는 오만으로 눈이 멀어, 지구적 영향력이 쇠퇴하는 현실에 대해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거나 취하지 못했다는 가정에 기반해 추론한 것이다.
미국이 2003년부터 2025년까지 22년의 과정을 거쳐 쇠퇴한다는 가정이 사실이라면, 우리는 그 처음 10년을 전쟁으로 낭비했다. 이 전쟁은 우리에게 장기간의 고민이 필요한 문제로부터 눈을 돌리게 했고, 지금 우리에게 절실히 필요한 수 조 달러를 마치 사막에 물을 붓듯이 낭비했다.
겨우 15년이 남았지만 그 기간도 낭비해버릴 공산이 크다. 의회와 대통령은 정체 상태에 빠졌다. 미국의 정치 제도는 기업들의 로비 자금으로 돌아가고 있는데, 이는 정작 중요한 사업들은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쟁, 위협받는 안보, 시들어가는 교육제도, 구식의 에너지 보급 시스템과 같은 중요한 이슈에 대해서는 거의 아무런 제안도 없다. 이런 이슈들이야말로 그나마 미국의 역할과 세계의 번영을 극대화할 미국의 '연착륙'을 가능하게 할 것이며 충분히 진지한 고려가 있어야 하는 부문들인데도 말이다.
유럽 여러 나라의 제국들은 사라졌고 미국의 제국도 사라져 가고 있다. 영국은 주도권을 미국에 넘겨주면서도 자국의 이익을 보호하고 번영을 보존했으며 스스로 가장 뛰어나다고 생각했던 가치를 보존해 역사에 넘겼다. 미국이 영국 만큼의 성공이라도 거둘 수 있을지 점점 의심이 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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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자 : 2010년 12월 27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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