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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자 : 2008년 11월 11일        조회 : 13017        작성자 : 관리자     

오바마의 당선과 한반도

 

 

 

 

이재봉 (원광대 정치외교학/평화학 교수)

 

 

 

 

2008년 미국의 대통령 선거에서 민주당의 오바마 후보가 당선되었다. 이와 아울러 민주당은 상원의원과 하원의원 그리고 주지사 선거에서도 승리를 거두어 미국의 대내외 정책에 적지 않은 변화가 예상된다. 미국의 각종 정책은 한반도를 포함한 온 세계의 다양한 문제에 큰 영향을 미치기에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1. 오바마 대통령 당선의 의의: 선거 혁명, 최초의 흑인 (?) 대통령 당선

 

흔히 오바마를 흑인 또는 아프리카계 미국인이라고 하지만 그는 흑인 아버지와 백인 어머니 사이에 태어난 혼혈인이다. 흑백의 피가 절반씩 섞인 셈인데 흑인이라고 단정하는 것이다. 그러면 백인 아버지와 흑인 어머니 사이에 태어난 혼혈아는 백인으로 간주할지 흑인으로 간주할지 궁금하다.

2008년까지 43명의 대통령 가운데 딱 한 사람을 빼면 모두 ‘와습’ (WASP, White Anglo-Saxon Protestant, 영국계 백인 신교도)이었다. 한 명의 예외는 1960년에 당선된 케네디. 그는 아일랜드계 백인으로, 신교도 (Protestant)가 아니라 구교도 (Catholic)였으며, 43살의 최연소 대통령 당선 기록도 세웠다.

그로부터 약 반세기가 흐른 2008년엔 새로운 역사를 기록하게 되었다. 흑인이 ‘법적으로’ 투표권을 갖게 된 것은 1870년이었지만, ‘실질적으로’ 투표를 할 수 있게 된 것은 거의 100년이 지난 1960-70년대부터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2008년 현재 미국의 전체 인구 가운데 백인은 약 67%인데 비해 흑인은 그의 1/5도 되지 않는 13% 안팎이다. 이런 상황에서 흑백 혼혈인 또는 흑인이 대통령으로 선출된 것은 혁명이나 다름없다.

 

 

2. 민주당 승리의 의의: 신자유주의 경제정책 및 일방적인 대외정책의 파탄

 

미국의 정치사에서 한 정당이 백악관과 상원 및 하원의 다수를 동시에 차지한 경우는 많지 않다. 6년 임기의 상원의원 100명을 한꺼번에 선출하지 않고 2년마다 1/3씩 선출하는 등 급격한 변화를 거부하는 미국의 선거제도와, 대통령과 의원을 동시에 선출하거나 상원의원과 하원의원을 동시에 뽑을 때 표를 분할하여 (split ticket) 권력 사이의 견제와 균형을 이루려는 미국인들의 투표 성향 때문이다. 예를 들어, 민주당의 클린턴이 대통령일 때는 공화당이 의회의 다수당이 되어 클린턴 정부를 견제할 수 있었고, 지금 공화당의 부쉬가 백악관을 차지하고 있는 때에는 민주당이 의회의 다수당이 되어 부쉬 정부를 견제하고 있다.

그런데 2008년 선거를 통해 민주당이 백악관과 의회 양원 모두를 장악하게 되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11월 6일 현재, CNN에 따르면, 민주당은 상원 100석 가운데 적어도 56석을 차지하게 되었고 하원 435석 가운데 254석을 확보함으로써 아직 개표가 끝나지 않은 모든 지역에서 공화당이 승리한다고 해도 상하 양원에서 안정적 과반수를 차지하게 된 것이다. 미국의 이라크 침략 전쟁이 수렁에 빠져드는 한편 나라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부쉬 대통령과 공화당에 대한 지지도가 지속적으로 떨어진 탓으로 보인다. 부쉬 행정부의 일방적인 대외정책과 신자유주의 경제정책과는 다른 오바마 당선자와 민주당의 정책이 공화당의 큰 반대나 저항 없이 추진될 수 있는 터전이 마련된 것이다.

 

 

3. 미국의 대외정책 변화 전망

 

많은 사람들이 민주당은 진보적이고 공화당은 보수적이라거나 전자는 평화 지향적이고 후자는 전쟁 지향적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민주당이나 공화당이나 둘 다 보수 정당으로 특히 대외정책에서는 큰 차이가 없다. 미국인들은 지도자들이든 일반인들이든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 지위를 지켜야 한다는 굳은 신념을 갖고 있고, 자신들이 “하나님으로부터 선택받은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국민”이라는 강한 선민의식을 지니고 있어서, 정치경제의 틀이 세계 패권을 추구하는 제국주의로 흐르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예를 들어, 민주당 클린턴 정부 말기인 1999년 9월 북한과 미국 사이에 베를린 합의가 이루어지고 2000년 10월에는 북미 공동 코뮤니케가 발표되어 곧 국교 정상화까지 이루어질 것 같았기 때문에, 우리는 대체로 민주당이 전쟁보다 협상을 선호한다는 인상을 갖기 쉽다. 그러나 역사를 살펴보면 전혀 그렇지 않다. 한 통계에 따르면 미국은 1945년 이후 지금까지 약 70회 안팎의 전쟁을 치렀는데, 민주당 정부에서든 공화당 정부에서든 골고루 다른 나라들을 폭격하거나 군사적으로 침략하였다. 평화 지향적이었다고 오해하기 쉬운 클린턴 정부에서도 1993년엔 이라크와 소말리아를 폭격하고, 1994-95년엔 보스니아, 1998년엔 수단과 아프가니스탄, 그리고 1999년엔 유고슬라비아를 폭격했다. 북한과의 관계에서도 1993-94년엔 전쟁 일보 직전까지 갔으며, 1994년 10월의 제네바 합의도 북한의 붕괴를 염두에 둔 속임수나 다름없었다. 세계적 패권을 추구하는 미국 정치경제 체제 안에서 폭격이나 침략이 연례행사처럼 되어버린 것이다. 민주당에서든 공화당에서든 전쟁은 국가 활동의 일상적 부분이라는 뜻이다.

두 정당 사이에 차이가 있다면 민주당은 조금 덜 보수적이며 복지정책의 확대를 추구하는 큰 정부를 지향하는 데 반하여, 공화당은 조금 더 보수적이며 대기업의 이익을 대변하는 작은 정부를 지향한다는 점이다. 또한 민주당이 대화와 협상을 조금 더 선호한다면 공화당은 압박과 전쟁을 조금 더 선호한다. 물론 부쉬는 좀 특별하다. 2001년 9.11을 겪으면서, 다른 나라들이 미국을 공격할 가능성이 보이면 실제로 공격하지 않더라도 미국이 먼저 공격할 수 있다는 이른바 ‘선제 공격론’을 내세우고, 유달리 군사력을 앞세운 일방주의를 자주 써먹는 등 워낙 호전적인 대외정책을 펼쳐온 것이다. 그러나 부쉬 대통령의 상징처럼 되어버린 일방주의 대외정책이라는 것도 9.11 이후 강조되어서 그렇지 냉전 종식 직후인 1990년대 초 클린턴 정부 때 이미 다듬어졌던 것이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오바마는 대통령 선거운동 초기부터 부쉬 정부의 지나친 일방주의 때문에 미국이 동맹국들이나 우방국들의 신뢰를 잃어버렸다면서 이를 비판해 왔다. 대통령후보 시절의 의견 표명이나 공약이 그대로 집권 후의 정책 결정 및 집행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겠지만, 부쉬 정부보다는 조금 덜 일방적이고 조금 덜 호전적인 대외정책을 펼치리라고 예상할 수 있는 대목이다.

한편, 국력의 핵심으로 대개 군사력과 경제력을 꼽는다. 2001년 9.11을 통해 미국 군사력의 상징인 와싱턴의 국방부청사와 경제력의 상징인 뉴욕의 세계무역센터가 파괴되거나 무너진 데 이어, 2003년 시작된 미국의 이라크 침략전쟁 실패로 군사력의 한계를 느끼고 2007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금융위기를 통해 경제력의 한계를 맛보게 되었다. 2000년 부쉬의 당선과 2003년 이라크 침략으로 미 제국주의 체제의 붕괴가 앞당겨질 것이라는 분석과 예상이 유럽에서 나온 적이 있는데, 2008년 오바마의 당선으로 미 제국주의 체제가 연장되리라는 전망이 나올지 궁금하다.

 

 

4. 북미관계 변화 전망

 

앞에서 얘기했듯이, 후보 시절의 의견 표명이나 공약이 그대로 집권 후의 정책 결정 및 집행으로 이어진다는 보장은 없다. 그러나 오바마가 선거운동 기간에 북한의 핵무기 개발 문제와 관련하여 몇 차례 발언한 것과 그의 대외정책 참모들의 성향을 바탕으로 북미관계를 전망해볼 수는 있다.

첫째, 오바마는 북한 지도자를 “전제조건 없이” 만날 수 있다고 말했다. 가능한 한 대화와 협상으로 북한 핵문제를 풀겠다고 밝힌 것이다. 6자회담을 통한 대화와 협상뿐만 아니라 북미 정상회담까지 전망해볼 수 있는 근거다.

둘째, 그의 대외정책 팀은 주로 클린턴 정부에서 고위 관료를 지낸 사람들로 구성된 가운데, 한반도 정책은 주한미국대사를 지냈던 스티븐 보스워츠와 도널드 그레그 등이 주도적으로 다듬어온 것으로 전해진다. 클린턴 정부 말기의 북미 정상회담 및 북미 국교 정상화 준비 단계로 직접 나아갈 수도 있음을 기대할 수 있는 대목이다.

셋째, 그는 동북아 다자 안보체제 또는 새롭고 항구적인 아시아 집단 안보체제를 구축하겠다는 구상을 발표했다. 미일동맹 강화를 통해 중국을 견제하겠다는 전략이나 한미일 삼각공조를 통해 북한을 고립시키겠다는 전략을 선호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북한과 미국 사이의 국교 정상화 또는 북미 불가침조약이나 평화협정이 맺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을 할 수 있다.

한편, 부쉬는 2001년 취임하면서부터 클린턴 정부가 전개해오던 대북정책을 모두 무시하고, 북한에 대한 고립과 압박 그리고 붕괴를 추구하는 강경 정책을 폈다. 그러다 2006년 10월 북한 핵실험 및 2006년 11월 중간선거 패배 이후 대북 정책의 변화를 보여 왔는데, 가장 주목할 만한 변화는 2008년 10월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한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오바마와 민주당의 대북 유화 정책에 공화당이 반발하기 어렵겠지만, 공화당이 반대하더라도 의회의 상하원에서 다수당을 차지하게 된 민주당의 발목을 잡기는 어려울 것이다.

 

 

5. 건전한 한미관계와 한반도 평화를 위하여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은 오바마의 당선이 매우 곤혹스러울 것이다. 그러나 오바마 당선이 확정된 직후 나온 청와대의 반응은 참 희극적이다. 아니 비극적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오바마 당선자와 이명박 정부의 비전이 닮았다고 말하고, 청와대 대변인은 두 정상이 공통된 철학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단다. 부자들에게 세금을 더 걷어 노동자들을 위해 사회복지를 확장하겠다는 오바마 당선자와, 부자들에게 세금을 더 받는 것은 헌법에 위반된다고 재판까지 걸며 기업의 이익을 지켜주겠다는 이명박 정부의 비전이 닮았다는 말인가? 그리고 부쉬를 비판하며 부시와는 완전히 다른 정책을 펴겠다는 오바마와, 부쉬를 추종하며 부쉬를 닮으려고 애써온 이명박의 철학이 같다는 말인가? 청와대의 이러한 억지와 궤변이 미국에 전해지면, 부쉬는 얼마나 배신감을 맛보고 오바마는 어느 정도 불쾌감을 느낄지 궁금하다.

이명박 정부의 대북 정책 또는 이른바 ‘비핵, 개방, 3000’의 핵심 내용은 “북핵 폐기에 진전이 있을 경우” 또는 “북핵 폐기라는 확고한 원칙 아래” 북한과 대화하고 북한을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대북 정책의 시발점이 “북한 핵문제의 완전한 해결”에 있기 때문에 핵문제가 진전되지 않는다면 경제협력을 비롯한 남북관계는 진전되기 어렵다. 즉 핵문제가 진전되지 않으면 대북 정책은 없는 셈이다. 그러나 오바마의 대북 정책은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도록” 대화하고 지원하는 전향적인 자세를 갖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비전이 닮지 않고 철학이 다르며 정책에서도 차이가 나는 오바마에게 ‘한미동맹 강화’와 ‘정책 공조’를 구걸하다시피 하며 그 인맥에 줄을 대려고 애쓰는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의 비굴한 모습이 눈물겹도록 안쓰럽다. 이에 비하면 적국의 심장부와 다름없는 뉴욕에 들어가 “미국 새 정부가 대화를 추구하면 대화를 할 것이고, 고립을 추구하면 그에 맞설 것”이라고 당당하게 말하는 북녘 관리의 자주적 태도와 두둑한 배짱이 얄미울 정도로 부럽다.

한편, 오바마가 한미 FTA 재협상을 거론하자,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은 국가 간의 합의와 약속을 어기는 것이라고 반발하며 남한에서의 비준을 밀어붙일 태세다. 미국은 클린턴 정부 때부터 미국의 이익을 위해서는 유엔을 무시할 수도 있다는 대외정책을 ‘공개적으로’ 표명해온 터에, 미국의 이익을 위해 한국과의 약속을 깨지 못할까. 아무튼 이병박 정부가 국가 간의 합의와 약속을 중시하거나 강조하려면, 남북 정상 회담을 통해 합의된 2000년 6.15공동선언과 2007년 10.4공동선언을 무시하려는 자세부터 바꿔야 하지 않겠는가.

이에 앞서 남한 정부는 2008년 10월 유엔의 북한 인권 결의안 공동 제안국으로 나섰다. 그렇다. 북녘 사람들은 당장 굶주림에서 벗어나야 하고, 열악한 인권 현황은 반드시 개선되어야 한다. 그런데 나라 안에서는 국가보안법을 남용하고 오용하면서 기본적인 자유를 짓밟고 평화적 촛불시위와 인터넷을 통한 불매운동까지 처벌하면서 나라 밖의 인권 실태를 비판하는 게 떳떳하고 설득력이 있을지 의문이다.

건전한 한미관계와 바람직한 북미관계 그리고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위해 부쉬 정부와 이명박 정부의 공존 기간이 짧은 게 다행이다. 앞으로 급물살을 타게 될지 모를 북미관계의 진전이나 동북아 평화체제 구축 과정에서 남한이 북한과 미국 또는 중국 등의 주변국으로부터 소외당하지 않으려면, 북한을 적대시하는 정책과 미국만 추종하려는 정책을 어떻게 고치고 다듬어야 할지 깊이 고민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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