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5․18행사는 <국립 5․18민주묘역>에서

해마다 5월이 오면 가슴이 미어진다. 사랑하는 아들 딸들을 미제 침략자들과 그들의 앞잡이 전두환 군부집단에 의해 처참하게 살해당한, 잃은, 수많은 어머니 아버지들의 피맺힌 한을 기억하기 때문이다.

5월 광주정신은 하늘과 땅이 다 하는 날까지 우리들의 가슴속에 영원히 살아 숨쉬며 고동칠 것이다. 이것이 분단된 조국을 살아 온, 살아가는 민족적 양심을 지닌 모든 이들의 한결같은 마음일 것이다.

이런 5월에 좀 아쉬운 점이 있다. 다름 아닌 민족민주민중운동 진영의 5.18기념공식행사 장소에 관한 것이다.

다들 알고 있듯이 광주에는 성지가 두 곳이 있다. 하나는 5ㆍ18광주민중항쟁 당시 산화한 영령들이 묻혀있던 ‘망월동 묘지’(구묘역이라고도 함)가 그것이다.

광주항쟁 당시 미제와 그들의 앞잡이 전두환 일당에게 처참하게 살해된 주검을 손수레에 싣고 와 이곳에 묻었고, 도청 함락 때 청소차에 싣고 와 열사들을 묻은 최초의 장소 또한 바로 이곳이다.

민주화의 성지로 세계적인 이름을 떨친 곳이다. 현재 이곳은 광주항쟁 이후 반독재민주화 투쟁과정에서 산화한 민족민주열사들이 잠들어 있다.

또 하나는 구묘역을 옮겨온 <국립 5.18민주묘지>이다. 편의상 신묘역이라고도 부른다. 이곳은 정부차원에서 1997년 5월에 묘역조성 공사를 완성하여 2002년 7월 27일에 국립묘지로 승격하였고, 2006년 1월 30일에 <국립 5.18민주묘지> 공식 명명된, 엊그제 5.18 때 국가보훈처 주관으로 대통령이 참석하여 28돌 5.18광주항쟁기념행사가 공식적으로 치러진 장소이다. 여기서 5.18관련 단체인사들을 비롯하여 전국의 각계각층 인사들이 초대되어 행사를 치른다. 물론 정부당국에서 하는 행사니 만큼 항상 논란이 있어 왔다. 노무현씨도 작년에 정문으로 들어오지 못하고 후문을 통해 들어왔다고 한다. 이번에 이명박이 참석하는 것에 대해서도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운동단체로는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민족민주민중운동을 대표하는 조직에서는 대부분의 5.18공식기념행사를 이곳에서 치루지 않고 구묘역에서 치른다. 올해도 그랬다. 민민진영이 이명박 같은 미제 앞잡이가 참석하는 장소에서 5.18정신을 기리는 행사를 같이 치를 수 없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우리는, 같은 장소라서 안 되는 것이 아니라, 시간을 달리해서라도 5.18광주민중항쟁을 기리는 공식행사는 지금 <국립 5.18민주묘지> 에서 치러야 한다는 점을 말하고자한다.

구 묘역의 5.18열사들은 거의 다 신묘역으로 이장되었다. 그 일은 국가가 공식적으로 한 일이다. 국가가 공식적으로 했다는 것은 5.18 희생자 열사들의 명예회복을 국가가 인정하고 그분들의 투쟁이 정당했다는 것을 확인해준 것이다. 그래서 지금의 국립묘지가 탄생한 것 아닌가. 여기서는, 인정한 그들이 인정할 자격이 있는가 없는가의 문제는 다른 차원이기 때문에 언급하지 않는다.

5.18광주항쟁 당시 희생된 분들이 대부분 구묘역에 묻혀 있다면 당연히 지금도 거기서 해야 한다. 그러나 지금은 거의 모든 영령들이 지금의 <국립 5.18민주묘지>에 묻혀있다. 이 말은 구묘역의 비중을 가벼이 본다는 말은 결코 아니다.

반복되는 말이지만, 우리는 5.18광주민중항쟁의 그 역사적 투쟁 현장에서 산화해 간 열사들을 기리는 장소는 그분들이 묻혀있는 장소에서 진행되어야 함을 말하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한국진보연대 오종열 대표의 ‘망월동의 원초적 묘역은 바로 이곳 구묘역’이라고 말한 것은 실수로 보여진다. 그 말이 틀린 말은 아닐 것이나, 그것은 신묘역에 안장된 열사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이명박이 같은 미제 앞잡이와 같은 장소 같은 시간대에 기념행사를 치르기가 못마땅하면 시간대를 달리하면 된다. 우리도 그런 사기꾼, 미제 앞잡이 매국노와 함께 행사를 하는 것을 결코 원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민민진영의 5.18공식행사를 구묘역에서 하는 것은 올바른 태도가 아니다.

민족민주열사 한 분 한 분 소중하지 않은 분이 없겠지만, 열사들마다 투쟁한 시대적 배경이 다르고 역사적 현장이 다르기 때문에 그런 점을 간과하고 행사를 치를 수는 없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생각한다면 내년부터는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민족민주민중운동진영의 5.18광주민중항쟁 공식행사는 반드시 <국립 5.18민주묘지> 에서 진행되어야 한다.(끝)

2008. 5. 20.

주한미군철수운동본부 www.onecorea.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