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주한미군은 왜 철수해야 하는가?
작성일자 : 2010년 02월 08일        조회 : 9780        작성자 : 관리자     

다시 외친다, “미군이 나가야 통일이 된다”
독일통일이후 지난 20여년을 돌이켜보며 - 이활웅
2010년 02월 08일 (월) 13:47:36 이활웅 hwl91344@yahoo.com

이활웅(본사 상임고문, 재미 통일연구가)

아직도 남아있는 주한미군

1989년 11월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자 통일을 향한 독일인들의 노도와 같은 대행진을 아무도 감히 막을 수가 없었다. 이에 자극받아 한반도에서도 1990년 초 남북 간에 정상회담을 열자, 국회회담을 갖자, 국제의원연맹 총회에 단일대표단을 파견하자, 베이징 아시아게임에 공동 선수단을 보내자, 남북 문화교류를 사직하자, 범민족대회를 열자는 등 온갖 제의들을 주고받았다. 미주에서는 늦어도 분단 50년이 되는 1995년까지는 통일돼야 한다며 '통일희년 기도회' 운동도 일어났다.

그런 마당에 나는 그해 5월 17일자 <코리언 스트릿 저널>지(미국 L.A.에서 발간되던 주간지)에 '미군이 나가야 통일이 된다'는 제목의 글을 실었다. 그 글에서 나는 늦어도 5년 내에는 통일돼야겠다는 생각은 좋지만 그러자면 "무엇보다도 미군을 내보내고 대미예속체제에서 벗어나야한다. 미군을 그대로 두고 미국의 정치적, 군사적 지배를 받으면서 통일을 바란다는 것은 나무 밑에서 고기를 낚겠다는 것과 같다"고 단언했다.

그로부터 20년이란 긴 세월이 흘렀다. 그 동안 남북정상회담도 두 번 열리고 총리회담, 장관급회담, 장성급회담, 경제회담, 적십자회담 등 당국간 회담도 많이 열리고 공동성명과 합의문도 여러 번 발표되었다. 민간차원에서도 제법 활발한 교류가 있었으며 금강산 관광사업과 개성공단 사업으로 많은 남한 사람들이 북한을 다녀오기도 했다.

그러나 우리는 아직 분단상태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을 뿐 아니라 여전히 언제 통일될 지 짐작조차 할 수 없는 형편에 있다. 20년 전의 나의 예언대로 우리는 여태 주한미군을 내보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아직도 통일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달라진 남북 간의 역량

2차 대전의 끝내기 수순으로 38도선 이남을 점령했던 미군은 '대한민국'이란 분단정부가 선 후 1949년 6월 말 일단 물러갔으나 1년 후 한국전쟁 발발과 더불어 다시 한반도에 돌아와 북한군을 물리치고 남한을 공산화의 일보 직전에서 구출해 주었다. 그 내막을 상세히 들여다보면 그 때 미국의 의도와 행적이 반드시 그렇게 숭고한 것만은 아니었지만, 아무튼 그때부터 미군은 남한에서 '생명의 은인'으로 특별대접을 받고 있다.

그런데 미군은 북한군을 격퇴하고 휴전이 성립된 후에도 나가지 않았다. 북한군의 재침 위협이 있기 때문이라 했다. 당초에는 그럴 수도 있는 일이라 생각됐다. 그러나 그로부터 57년이 다되는 지금도 미군은 남한에 계속 버티고 있다. 아직도 북한의 군사적 위협으로부터 남한을 지키기 위해서라고 하는데 이제는 그 말을 그대로 믿기가 어려워졌다.

남한은 이제 북한으로 인한 안보 불안 문제를 자력으로도 능히 해결 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 원래부터 남한은 북한보다 2배 이상의 인구를 가지고 있다. 한국전쟁 때는 허술해서 그리 됐지만 그 후 50여 년이 지나는 동안 남북한 간의 경제력과 군사력을 포함한 종합역량의 차이는 현격하게 역전되어 이제 모든 면에서 북한은 남한의 상대가 되지 못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이 이구동성으로 지적하는 말이다.

바로 며칠 전인 2월 2일에도 데니스 블레어 미국 국가정보국장이 상원 정보위원회에 제출한 '연례 안보위협 보고서'에서, 북한군의 능력은 “낙후된 무기체계, 낮은 생산성, 병사들의 악화된 신체 상태, 줄어든 훈련, 사회 인프라 지원에 차출된 군 병력 등의 문제 때문에” 전력에 제약을 받고 있다면서 “융통성 없는 리더십, 부패, 저하된 사기, 취약한 병참 시스템, 지휘통제 체제의 문제점 등도 북한군의 능력과 전투태세를 압박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상태에서 이제는 남한이 북한에게 위협이 된다면 모를까 아직도 북한이 남한에게 위협이 된다는 말은 어불성설이다.

미국 속에 갇혀 있는 한국

물론 미군은 한국에만 주둔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미국은 세계 전역 수십 개국에 두고 있는 미군기지에 2십만 명을 넘는 미군을 주둔시키고 있다. 그것이 미국의 항구적인 세계 지배체제를 확립하고 유지하기 위한 것이라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일이다. 그리고 이러한 미국의 정책이 자국의 국익에 부합하거나 적어도 상치되지 않는다고 판단하는 여러 나라들이 미국과의 합의하에 자국영토 내의 일정한 지역에 미군기지를 허용하고 있다는 것도 우리는 알고 있다.

주한미군도 한국정부가 그것이 한국의 국익과 상치하기는커녕 오히려 유익하다고 판단하여 미국과 동맹관계를 맺었기 때문에, 즉 한국의 동의하에 한국 땅에 계속 주둔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한미방위조약의 경우에는 미국에게 한국 내의 어느 일정지역으로 한정하지 않고 대한민국의 전 영토 내에 미군을 배비하는 권리를 허여했다는 점에서 다른 나라의 미군기지의 경우와 같지 않다. 그리고 다른 나라들의 경우는 미군이 적으로 상정하고 있는 나라가 제3국인데 비해 한국의 경우는 바로 같은 동족이란 점에서 주한미군의 성격은 다른 나라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과 근본적으로 다르다. 주한미군이 통일의 장애물이란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미국은 또 이와 같이 기왕에 확보해 놓은 주한미군의 지위와 기득권을, 앞으로는 자국의 항구적 세계지배체제의 구축 및 유지에 가장 위협이 되는 중국 등 여러 나라들을 견제하기 위해서 십분 활용하겠다는 생각이다. 그래서 최근에는 소위 '전략적 유연성'이라며 주한미군을 한반도 외의 다른 지역으로도 차출할 수 있음을 공공연히 밝히고 있다. 뿐만 아니라 한국군이 미군을 따라 타 지역으로 파병될 가능성도 언급하고 있다. 즉 한국군대를 한국 군복을 입은 미국군대로 만들려 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은 주한미군의 무기한 주둔을 위해 한반도에서 다음의 두 가지 상황이 무한정 계속되기를 바란다. 그 첫째는 한반도의 지속적인 정세불안이고 둘째는 주한미군 주둔에 대한 한국국민의 지지이다. 미국이 휴전체제유지를 고집하며 평화체제의 실현을 기피할 뿐 아니라 부단한 대북 압살정책으로 북한을 위협하고 자극함으로써 북한의 반발을 유도하여 한반도의 긴장을 조성하는 것은 위의 첫째 상황을 만들기 위한 것이고, 이에 따라서 한국인들이 주한미군이 나가면 불안하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것은 두 번째 상황을 실현시키기 위함이다.

물론 미국은 주한미군 주둔을 허용해 준 한국정부에 대해 정치, 외교, 군사, 경제의 여러 면에서 많은 혜택을 주는 일방 북한에 대해서는 밖에 나가 돈도 못 꾸고 장사도 못하고 기술도 못 배워 삶이 고달파지도록 그의 막강한 영향력을 최대한으로 행사하고 있다. 남북 간의 격차를 넓히면서 한국을 아예 미국 속에 갇혀 사는 나라로 만들자는 것이다. 

한국군의 무능과 태만

한국정부가 한미동맹이 국익에 부합된다고 보는 근거는 안전보장과 경제적 혜택의 두 가지이다. 한미동맹에 매달려 있는 한, 북한은 못 쳐들어 올 것이고 미국은 여러 면으로 도와줄 것이라는 계산이다.

그러나 이미 살펴본 대로 지금 북한의 국력과 군사력으로는, 남한이 먼저 북한을 공격한다면 몰라도, 북한이 자멸하기로 작정하지 않고는 먼저 남한을 공격할 까닭이 없다. 북한이 핵을 가지고 있다지만 외부로부터 심각한 체제 위협이 없는데도 먼저 핵무기로 남을 공격할 만큼 북한 지도자들이 어리석고 무모하다고 볼 수는 없다.

그런데 지금 남한에서는 미군이 없으면 북한군을 못 당한다면서, 주한미군의 계속 주둔을 바랄 뿐 아니라 모처럼 2012년으로 예정돼 있는 미군으로부터의 전시작전통제권 환수도 연기하라는 목소리가, 그것도 특히 퇴역장성들 사이에서, 높아지고 있다. 참으로 한심한 노릇이 아닐 수 없다. 이들은 한국의 국익을 미국의 국익에 복속시키려는 자들이다.

만약 그들의 주장대로 한국군이 그렇게 무력하고 무능한 것이 사실이라면, 대통령은 건군 60년 동안 국군의 요직을 지낸 자들을 모조리 무능 혹은 태만으로 문책하고 처벌해야 마땅할 것이다. 그래야만 나라의 기틀을 바로 세우고, 외국군에게 스스로의 운명을 맡길 필요가 없는 온전한 나라로 바로잡을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을 못한다면 대통령 자신이 훗날 역사로부터 무능과 태만의 문책을 면할 수 없을 것이다.

북의 급변사태?

주한미군을 그대로 두고도 통일할 수 있으며, 또 꼭 그렇게 통일해야 한다고 믿는 사람 들도 있다. 그래서 한미 간에 '작계5029'를 작성했으며 정부가 북한 부흥계획을 짜고 또 통일헌법을 입안 중이라 한다. 김정일 체제의 붕괴가 임박 또는 불가피하다고 보고 그때 가서 남한이 북한을 흡수통일하면 된다는 생각이다. 물론 이런 시나리오가 순조롭게 진행되어 피 흘리지 않고 통일이 되고 한반도에 평화가 자리 잡고 번영의 새 역사가 시작된다면 그것을 굳이 마다할 이유는 없다.

그러나 북한에서 김정일 시대가 끝났어도 소위 급변사태가 일어나지 않으면 어떻게 할 것인가? 내부혼란을 조장하겠단 말인가? 아니면 무력으로 처 들어가겠단 말인가? 그리하여 미국이 북한의 최고위층을 사로잡아 미국법으로 단죄하고 처형하기를 바란다는 말인가? 그 결과로 항일무장투쟁의 줄기를 이어온 세력이 친일 사대를 하던 세력에게 타도당하게 되면 그게 과연 후세에 자랑할 수 있는 역사가 될 수 있겠는가?

평화통일은 남북의 어느 한 쪽이 다른 쪽을 힘으로 이겨서 멸망시키는 방법으로는 이룰 수 없을 것이다. 그것은 남쪽의 정통성인 민주화와 근대화의 이념이 북쪽의 정통성인 자주와 평등의 이념과 상호 보완적으로 융합되는 과정을 통해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미군이 나가야

통일문제는 남한과 북한 간에 풀어야 할 정치적 문제이다. 그런데 한반도에는 1953년에 깔아놓은 휴전체제라는 군사정체상태가 57년간 미해결로 남아있다. 이 군사정체상태의 당사자는 북한과 미국이며 남한은 미국의 들러리에 불과한 존재이다. 북미간의 군사정체상태가 해소되지 않는 근본이유는 미국이 주한미군의 무기한 주둔을 기도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통일이란 민족의 기본과제가 해결될 수 없는 것이 한반도의 현실정이다.

남과 북은 이념과 체제가 아무리 달라도 천 몇 백 년을 같이 살아 온 동족이다. 만약 휴전 후 미국이 약속대로 휴전 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하고 물러갔더라면 그래도 아직 남북은 분단을 해소하지 못하고 있을까? 결코 아닐 것이다. 남북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벌써 통일 됐을 것이다.

답답한 것은 이제 남한에서는 주한미군의 존재가 마치 해와 달과 같은 절대적인 존재로 인식되고 있는지, 최근에는 남북화해와 통일을 논하는 사람들도 극소수의 예외를 제외하고는 주한미군 철수를 뚜렷이 주장하는 경우를 보기 힘들다. 핵문제, 이산가족문제, 인권문제, 인도적 지원문제, 경제교류문제, 관광재개문제, 국군포로문제 등 남북 간에 현안들이 많지만, 이런 문제들은 주한미군이 철수하고 남북이 통일되면 그에 따라 자동적으로 해결될 수밖에 없는 부수적인 문제들이다. 그래서 주한미군철수를 집중적으로 주장하자는 것이다.

북한과의 정상회담은 안 하면 그만이라던 이명박 대통령도 최근에는 그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 모양이다. 이 대통령은 북핵문제의 '그랜드 바겐'식 해결을 주장한 바 있다. 그렇다면 만약 이 대통령이 남북정상회담에서 북핵포기와 주한미군 철수를 맞바꾸자는 제안을 하면 어떻게 될까? 아마 북한은 좋다고 하지 않을까? 그러나 이 대통령이 그렇게 할 용의가 있을까? 결코 없을 것이다. 왜냐? 이 대통령 자신의 의식수준과 정세인식도 그렇거니와 한국의 국민들이 펄쩍 뛸 터이니까.

통일은 주한미군을 내보내지 않고는 이룰 수 없는 일이지만 그것은 한국민 절대다수의 의식이 '주한미군 철수'를 주장하는 수준으로 고양되어야만 가능한 일이다. 미군을 내보내야 한다는 것은 통일을 이루기 위한 것이지 미국과 척지어야 한다는 말이 결코 아니다. 미국이 체면을 손상하지 않는 방법으로 주한미군을 내보내고 통일을 이룬 다음 한국은 상호 주권을 존중하는 가운에 미국과의 보다 건전한 우호관계를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다.

우리들은 주한미군이 명예롭게 철수 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고, 자주적인 통일을 이루고, 그리고 미국과의 우호적인 관계를 재설정하는 일을, 거뜬히 해낼 수 있는 정치적, 외교적 역량을 배양해야 할 것이다.

작성일자 : 2010년 02월 0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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