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일 핵밀약 문서 사토 前총리 집서 발견

(도쿄=연합뉴스) 최이락 특파원 = 미국과 일본 간 핵 밀약 문서가 사토 에이사쿠(佐藤榮作) 전 일본 총리 유족의 자택에서 발견됐다고 요미우리(讀賣)신문이 22일 전했다.

외무성은 그동안 문서의 존재를 부인해 왔지만 이것이 발견됨으로써 밀약의 존재가 명확해졌다.

양국 간 핵 밀약은 1960년 양국 안보조약 개정 시 일본 국내로 핵무기와 중장거리 미사일을 반입할 때 사전협의를 하도록 규정하면서 핵무기를 탑재한 미 함정의 기항과 항공기의 영공 통과 등의 경우에는 사전협의를 하지 않아도 되도록 한 것이다.

이 밀약은 이후 일본 정부와 미국 정부 간에 지속적으로 효력을 발휘해 온 것으로 알려졌지만, 자민당 정권에서는 밀약의 존재를 부인했다.

신문에 따르면 이번에 발견된 문서는 1969년 미국 워싱턴에서 열렸던 사토 전 총리와 리처드 닉슨 당시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극비리에 작성한 '합의의사록' 실물이다.

이 신문이 입수한 문서 사본에 따르면 문서는 1969년 11월 19일 자로 문서 위.아래에 영어로 극비(Top Secret)라는 글씨가 적혀 있고 두 사람이 서명했다.

문서에는 미국이 "일본을 포함한 극동 제국 방위를 위해 중대한 긴급 사태가 생길 경우는 일본과 사전 협의를 한 뒤 핵무기를 오키나와(沖繩)에 다시 반입하며, 오키나와를 통과할 권리가 인정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한 내용이 담겨있으며 오키나와로의 핵 반입을 양 정상이 합의했다고 기록돼 있다.

문서에 따르면 일본측은 "그런 사전 협의가 있으면 지체없이 그 요구에 응한다"고 했고 "미국 정부는 중대한 긴급사태에 대비해 오키나와에 현존하는 핵무기의 저장지, 즉 가데나(嘉手納), 헤노코(邊野古) 기지 등을 언제든 사용할 수 있는 상태로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