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이명박 정부는 국회 파병 동의안을 당장 철회하라"
김덕엽(아프가니스탄 재파병 반대 시민사회단체 연석회의 기획팀장)
“국민이 필요 이상의 걱정을 하고 있다.”
지난 12월 8일 국무회의에서 이명박이 경찰을 포함한 140명의 지역재건팀(PRT)과 ‘경계 병력’ 350명을 2년 6개월 동안 파병하기로 결정한 ‘국군부대 아프가니스탄 파견 동의안’을 승인하면서 한 말이다. 파병 동의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한 직후 탈레반이 파병이 부를 비극을 경고하는 성명을 발표했지만, 정부의 답변은 “예상했던 일”이라는 것이었다. 어떤 희생도 치를 각오를 보여주는 듯한 말이다.
그러나 우리는 묻지 않을 수 없다. 무엇을 위한 파병이길래 국민이 테러 위협 속에 살아야하며, 파병 군인들이 목숨을 내놓아야 하는가? 2007년 윤장호 하사가 바그람 미 공군기지 앞을 지키다 폭탄 테러 공격으로 목숨을 잃었고, 그해 여름 23명이 현지에서 피랍돼 2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미 2004년부터 한국은 ‘테러와의 전쟁’ 동참 국가로 테러 대상국가가 됐고, 올해 예멘에서는 우리 국민이 표적 테러 대상이 됐다. 이런 일을 겪은 우리가 국민의 안위를 보호해야할 의무가 있는 대통령에게 “필요 이상의 걱정을 하고 있다”는 말을 왜 들어야 하는가?
준비된 파병
이명박 대통령.ⓒ 민중의소리 자료사진
이명박 정부는 인수위 시절부터 ‘한미 글로벌 동맹’을 주창해 왔다. 한미 동맹이 “혈맹”이라던 정부가 취임하던 2008년은 이미 ‘테러와의 전쟁’의 핵심 전장이 아프가니스탄으로 옮겨가던 해였고, 그 해 당선한 오바마 또한 후보 시절부터 “이라크가 아니라 아프가니스탄이 테러와의 진정한 전쟁터”라고 강조해왔다. 이 때문에 정부도 군대를 아프가니스탄에 파병하고 싶어했다. 그러나 취임 첫해 정권을 뒤흔들 촛불 항쟁이 벌어졌고, 청와대 관리가 실토한 것처럼 “제2의 촛불로 번질지 몰라” 파병을 추진하지 못했다.
그 동안 국민의 눈치를 보며 재파병 시기를 저울질하던 정부는 올해 초부터 재파병을 실질적으로 준비해 왔다. 올해 초 미 국무부장관 힐러리 클린턴의 방한을 시작으로 오바마의 ‘아프팍’ 특사 리처드 홀브룩이 이명박과 독대를 했고, 6월에는 미국에서 한미 정상회담을 했다. 그 때마다 재파병 의혹이 불거졌고, 초기 재파병을 부인하던 정부도 재파병을 시사하는 발언들을 하기 시작했다.
이는 이명박 정부도 전임 정부들처럼 미국과 강대국들이 벌이는 패권을 위한 침략 전쟁에 파병해 ‘국격’을 높이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이미 한국은 군사력을 꾸준히 증강해 왔다. 이미 한국은 세계 3위 무기 수입국이자 2012년까지 한 척당 1조원인 이지스함을 3척이나 도입하기로 했고, 향후 10년 동안 100조원이 군비증강예산에 투입될 예정이다. 막강한 경제력에 버금가는 군사력, 이것이 이 나라 권력자들의 ‘로망’인 것이다.
사기극그런데, 전임 정부에서 ‘한반도 평화를 위한 파병’, ‘국익을 위한 파병’이라는 논리가 파산하자 이명박 정부는 이번에는 파병을 하고도 파병이 아니라고 사기극을 벌이려 한다. 아프가니스탄에서 ‘재건’은 부패의 다른 말이다. 그 동안 아프가니스탄 정부는 재건 지원 명복으로 90억 달러를 받았지만, 이 돈들은 고스란히 아프가니스탄의 부패한 정부 관료와 ‘재건’ 기업들의 배를 불려왔다. 가장 위험한 저항 세력이 부패한 아프가니스탄 정부라는 조롱이 나올 정도다.
지역재건팀(PRT)도 마찬가지다. 아프가니스탄 사람들을 학살하는 미군을 위해 도로를 깔고, 민가를 수색하면서 반점령 세력의 정보를 캐는 지역재건팀(PRT)이 점령군과 달리 보일 수 없다. 이 때문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아프가니스탄에서 “피아를 구분하는 것도, 공격을 피하기도 어렵다”,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고 한 것이다. 이 때문에 정부도 장갑차, 공격형 헬기, 신형 무기 등 중화기로 무장한 특전사를 파병하는 것 아닌가. 그럼에도 정부가 파병이 아니라 지역재건팀(PRT)이라고 우기는 것은 정치적 부담을 피해가려는 꼼수다.
정부는 최근 아프가니스탄에 파병됐다가 2007년에 철군한 동의부대와 다산부대의 활동을 ‘재건’ 지원의 모범이라고 얘기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말과 달리 동의부대와 다산부대는 미군과 다국적군을 위한 시설 건축과 수리, 의료지원이 주된 임무였다. 정부는 22만 명의 아프가니스탄 ‘주민’들에 대해 의료행위를 펼쳤다고 홍보하는데 이는 과장된 거짓말이다. 대민 지원 활동을 했다는 바그람 기지는 ‘주민’들에 개방돼 있는 공간이 아니다. 소수의 제한된 ‘주민’만이 진료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바그람 기지는 전투를 위해 주둔중인 다국적 군대가 머무는 곳이다. 특히 바그람 기지는 '아프가니스탄의 관타나모'로 불릴만큼 테러 용의자들에 대한 인권유린으로 악명 높다. 이 때문에 끊임없이 반점령 세력의 표적이 돼 왔다. 이명박 정부가 바그람 기지에서 15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지역재건팀(PRT)을 보낸다는 것은 화약을 지고 불구덩이에 들어가는 격이다.
제국의 무덤그런데도 정부와 한나라당은 이번 국회에서 파병 동의안을 밀어붙일 심산이다. 국무총리 정운찬은 국회가 파병 동의안 처리에 협력해 달라고 했다. 최근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등이 공동 발의한 파병 반대 결의안이 국회에 제출됐다. 그렇지만 “불통” 정부처럼 한나라당이 다수인 국회도 국민 여론에 귀막고 파병을 강행하는 “불통” 국회가 될 듯하다.
"재파병은 재앙의 씨앗이 될 것이다"ⓒ 민중의소리 자료사진
그러나 재파병은 재앙의 씨앗이 될 것이다. 이미 정부의 파병 결정이 언론에 보도된 이후 아프가니스탄에서 ‘재건’ 사업을 맡고 있는 한국 기업이 수차례 공격을 당했다. 이 때문에 재파병은 이명박 정부의 시한 폭탄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 동안 정부의 재파병에 반대해온 시민사회단체들은 끝내 재파병을 강행한다면 재파병이 부를 모든 비극의 책임은 이명박 정부에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난 8년의 시간은 아프가니스탄 사람들에게 끔찍한 고통을 안겨줬고, 전쟁 이전보다 전 세계 테러 위험을 높였다. 그러나 이것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이 전쟁 때문에 세계 최강대국인 미국과 동맹국들은 패배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을 심각하게 느끼고 있고, 실제 우리는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국과 동맹국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는 모습을 보고 있다. 탈레반이 다시 부활해 아프가니스탄의 80퍼센트를 장악한 것만 보더라도 이 전쟁은 또다시 “제국의 무덤”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철군한 지역에 유례없는 재파병을 강행하는 이명박 정부 또한 “제국의 무덤”에 이들과 함께 눕게 될 것이다.
<김덕엽(아프가니스탄 재파병 반대 시민사회단체 연석회의 기획팀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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