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귀근 기자 = 마이클 멀린 미국 합참의장이 주한미군의 중동지역 차출 가능성을 언급한 것으로 26일 드러나 그 실현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제41차 한미안보협의회(SCM)에 참석차 방한했던 멀린 의장은 지난 22일 연합사에서 가진 미군 장병과 간담회에서 "아시아 국가에 배치된 많은 미군 장병이 가족과 함께 장기 주둔함에 따라 앞으로 몇 년 내에 주한미군 병력을 중동으로 배치할 것인지를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멀린 의장은 '
아프가니스탄에 2만1천여명의 미군이 증강될 것이라고 하는데 한국에 근무하는 장병들도 가느냐'는 한 병사의 질문에 그같이 언급한 뒤 "이 문제는 한국 측과 토의하는 이슈 중의 하나"라고 답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멀린 의장은 주한미군의 해외 차출 여부는 결론나지 않았다고 강조했지만 합참의장이란 직책상 그의 발언을 가볍게 넘길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그가 "한국 측과 토의하고 있다"고 한 것은 이미 한국과 미국 군당국 간에 주한미군의 이라크 또는 아프가니스탄 차출 문제가 깊숙이 논의되고 있음을 방증하는 것이다.
멀린 의장의 발언이 알려지자 군 관계자들은 주한미군의 해외 차출을 위한 어떠한 협의도 진행하지 않고 있다는 견해를 나타냈으나 미국 합참의장 발언 파문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군 일각에서는 경위야 어찌 됐건 미국이 멀린 의장의 입을 빌려 전 세계 미군에 대한 '전략적 유연성' 정책에 주한미군도 포함됨을 분명히 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다.
즉 주한미군이 추진해온 근무기간 연장(1년→3년)의도가 전략적 유연성을 발휘하기 위한 여건을 조성하려는 의도가 아니겠느냐는 것이다.
한국 근무기간이 현행 1년에서 3년으로 늘어나 가족을 동반하게 되면 해외에서 작전을 펼치다가 종료되면 가족이 있는 한국으로 복귀하는 방식으로 유연성을 발휘한다는 관측인 것이다.
주한미군 관계자도 이와 관련, 26일 "주한미군 장병들의 근무기간이 3년으로 정상화되지 않았을 때는 해외에 차출된 뒤 한국으로 복귀하지 않은 사례가 있었다"면서 "그러나 3년간 한국에 근무하고 가족들이 한국에 있는 상황이라면 비록 해외로 파견됐더라도 가족이 있는 한국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점을 그간 주한미군 고위 관계자들이 누누이 강조했다"고 말해 그같은 관측에 무게를 뒀다.
이에 군의 한 관계자는 "주한미군이 3년으로 근무기간을 연장한 뒤 해외에 차출했다가 복귀하는 수순을 반복한다면 미국의 입장에선 한국은 해외 전개를 위한 중간기지일 수밖에 없다"며 "이에 따른 안보 불안감이 발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방부의 한 관계자는 "한.미가 SCM에서 주한미군 병력을 현 수준(2만8천500명)으로 유지하기로 합의했다"면서 "멀린 의장이 어떤 취지로 그런 발언을 했는지에 대한 경위 설명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욱이
로버트 게이츠 미국 국방장관이 SCM 공동성명에서 '한반도 위기시 세계 전역에서 가용한 미군 병력 및 능력을 한미연합방위를 위해 전략적으로 유연하게 증강 배치한다'고 확약한 것과도 배치될 수 있는 발언이라고 이 관계자는 지적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게이츠 장관의 이런 확약이 역으로 해석하면 다른 나라에서 발생하는 위기 때 주한미군 병력을 차출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즉 게이츠 장관이 전 세계에 '전략적 유연성'을 부여하겠다고 한 것은 주한미군에도 동일한 원칙이 적용될 수 있음을 강조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멀린 의장의 발언이 논란이 일자 국방부는 "한.미 간에 그런 내용(주한미군 해외 차출)이 협의된 바는 없다"면서 "주한미군 병력의 현 수준 유지는 제41차 SCM에서 재확인된 것"이라고 진화에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