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킷(Packet·데이터 전송단위)' 감청은 수사기관이 이용자의 인터넷 회선을 오가는 전자신호(패킷)를 중간에서 빼내 수사 대상자의 컴퓨터와 똑같은 화면과 정보를 실시간으로 감시하는 방식이다. 대상자가 인터넷으로 전송하고, 받은 모든 내역을 엿볼 수 있다. e메일 등 특정 내역을 압수해 나중에 들여다보는 것보다 정보가 광범위하다. 인터넷 속도와 기술이 지금처럼 발달하기 전에는 '패킷' 복원이 어려워 이론상으로만 가능했다.
이 같은 사실은 최근 기소된 남북공동선언실천연대 소속 회원들이 재판을 받는 과정에서 검찰이 컴퓨터 접속내역 등 증거 자료를 제출함으로써 처음 밝혀졌다.
곽동기 실천연대 정책위원은 "지난해 국가보안법 위반 등으로 조사를 받을 때 검찰이 법원에 낸 감청허가서를 확인하니 우리 집 인터넷에 접속하는 정보는 모두 볼 수 있게 돼 있었다"며 "한 컴퓨터를 사용하는 가족들의 인터넷 사용 내역까지 송두리째 감시당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생활 침해에 대해 법적으로 대응하려고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통신비밀보호법상 감청은 범죄를 계획·실행하거나 의심할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고, 범죄 실행을 저지하거나 증거를 수집할 다른 방법이 없을 때만 엄격히 허용이 제한돼 있다. 민가협 한지연 간사는 "인터넷회선 감청은 국정원이 합법적인 틀이란 명분 아래 수사대상자 외 일반인들의 정보까지 수집할 수 있어 광범위한 사생활 침해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외 사이트 모두 정보수집이 가능하기 때문에 해외 e메일 계정으로 인터넷 망명을 한다 해도 감청을 피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국정원 측은 "법원으로부터 발부받은 영장에 의해 합법적으로 통신제한 및 대화녹음·청취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터넷 회선 감청
e메일을 보내고 받은 내역, 인터넷에서 읽고 쓴 게시물, 파일 다운로드 등 모든 인터넷 사용 내역을 볼 수 있다. 한 회선을 사용하는 다른 이들의 인터넷 사용 내역도 수집된다. 기존 인터넷 감청은 대상자의 e메일 등 특정자료만 특정자료만 수집했다.
[한겨레]
CCTV·신용카드결제·인터넷 접속 통해 재구성 가능
악용땐 영화 '에너미 오브 스테이트' 상황 머지않아 최근 서울 종로에서 발생한 현금수송차량 탈취 기도 사건의 범인은 폐쇄회로텔레비전(CCTV) 덕에 잡을 수 있었다. 최진실씨 유골함을 훔친 범인 역시 시시티브이 영상 덕에 잡았다.
도로, 건물 외벽, 골목길, 사무실, 엘리베이터 등 곳곳에 설치된 시시티브이는 그곳을 지나는 사람들의 기록을 남긴다. 기록을 남기는 것은 시시티브이뿐만이 아니다. 버스나 지하철을 어디서 타고 내렸는지는 물론이고, 언제 어디서 인터넷을 이용했는지, 누구와 휴대전화 통화를 했는지에 대한 기록도 어김없이 남는다.
'아침에 출근하고 저녁에 퇴근해 잠자리에 들기까지 나에 대한 기록이 어디에 얼마나 남을까.'
국가인권위원회의 직원 ㅂ씨가 자신의 하루 '흔적'을 조사한 내용을 보면, 집을 나서는 순간부터 귀가할 때까지 분 단위로 완벽하게 재구성할 수 있을 정도다.
직장 때문에 서울에서 혼자 사는 ㅂ씨는 월요일 아침이면 광주광역시 본가에서 서울로 출근한다. 월요일 새벽 4시35분, 그의 '동향'은 휴대전화로 콜택시를 부르면서 남기 시작한다. 집을 나설 때는 아파트 승강기 앞과 단지 출입구에 얼굴이 찍힌다. 기차를 타기 위해 광주역에 도착했을 때도 역 출입구의 시시티브이 화면에 그의 모습이 남았다.
기차를 타고 용산역에 도착한 뒤 지하철로 갈아타고 시청역에서 내려 사무실로 들어서는 과정에서도 그에 대한 기록은 곳곳에 남는다. 사무실에 도착해 컴퓨터를 켜 행정망과 메신저·포털 사이트에 접속할 때는 로그기록이 남는다. 이후로도 귀가할 때까지 20여개의 시시티브이에 찍히고, 7~8곳에 신용카드 번호가 남는다.
그동안은 이런 기록들이 독립적인 저장장치에 따로 보관됐다. 또 일정 기간이 지나면 대부분 삭제됐다. 하지만 시시티브이 화면이 디지털화하고, 저장장치들이 통신망을 통해 접근 가능한 상태로 바뀌고 있다. 여러 곳에서 찍힌 시시티브이 화면을 분석해 특정인의 모습을 찾아내 이동 경로를 시간대별로 재구성할 수 있게 하는 기술도 개발됐다.
일상생활 곳곳에 남긴 개인 기록은 범인을 잡거나 잃어버린 아이를 찾을 때와 같이 유용하게 쓰일 때도 많다. 문제는 이를 악용할 경우, 개인의 인권 침해를 넘어 사실을 은폐하거나 정보를 왜곡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영화 < 에너미 오브 스테이트 > 와 같은 상황이 실제로 발생할 수 있다. 이 영화를 보면, 정치적인 이유로 의원을 살해한 정보기관이 범행 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시시티브이 화면 같은 기록을 무단 조작하고 범행 장면이 담긴 저장장치를 가진 시민(
윌 스미스 분)을 벼랑 끝으로 내모는 장면이 나온다.
김재섭 기자
jskim@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