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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노동당 이정희 의원이 12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기무사의 불법 민간인 사찰 사실을 폭로하고 있다.(위) 기무사 신 모 수사관이 민주노동당 당직자와 시민사회단체 활동가 10여명의 행적을 날짜.시간대별로 상세히 기록한 수첩 내용 중 일부.(아래) [사진-민주노동당 이정희 의원실 제공] | 군사독재시절의 유물이었던 국군기무사령부(구 국군보안사령부)의 민간인 사찰이 이명박 정부에서 조직적으로 진행돼 왔음을 보여주는 증거가 나왔다.
1990년 윤석양 이병의 '보안사 민간인 사찰' 폭로를 계기로 잠잠해졌던 군의 민간인 사찰 문제가 20여년이 지난 현 정부 하에서 다시 불거짐에 따라 '독재정부' 논란이 더욱 격화되는 등 파장이 예상된다.
민주노동당 이정희 의원은 12일 "쌍용자동차 노조의 농성이 진행되던 지난 5일 평택역 집회에서 불법 사찰 중이던 S씨가 소지하고 있던 사찰자료(수첩)가 입수됐다"면서, 기무사 신 모 수사관이 지난 1월부터 7월까지 민주노동당 당직자와 시민사회단체 활동가 10여명의 행적을 날짜.시간대별로 기록한 수첩내용을 폭로했다.
민주노동당 당직자와 시민사회단체 활동가 등 10여명에 대한 날짜.수첩에는 민간인 사찰이 대규모 예산이 투입돼 조직적이고 광범위하게 진행되고 있음을 말해주는 메모가 적혀 있다.
상급단체에 사찰을 위한 장비 및 예산 확보를 요구하는 내용으로 보이는 5월 11일자 '소망' 메모에는 ①기동장비(소형) 제한-고급 APT(아파트) 출입시 소형차 곤란 => 중장기 예산반영 요망 ②외국(동남아) 활동 -> 협조자 구축시 예산 필요 ③승합차(필요장비 탑재) 등이 기록돼 있다. 이 메모의 마지막 부분에는 "검토하고 있음"이라고 적혀 있다.
이밖에도 거점 확보를 위해 전세자금을 활용한다든가, 유경험자의 사례를 활용한 메뉴얼 작성, 현장활용을 위한 용역회사 의뢰, CCTV(폐쇄회로) 설치 등이 상세히 적혀 있다. 특히 '토의내용' 메모에는 '경찰과 동행'이라고 적혀 있어 기무사의 사찰활동이 경찰의 협조아래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5월 11일자 '수사활동 세미나'를 보면 "주소지 확인제한 → 전화국에서 확인가능, 도시가스관리공단" "사회복지과 이용.확인"이라고 적혀 있어 사찰을 위해 공공기관까지 이용한 흔적이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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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장기 예산 반영 요망' 등 민간인 사찰이 조직적으로 계획돼 있음을 보여주는 메모가 적혀 있다. [사진제공-민주노동당 이정희 의원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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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무사 쪽은 이같은 상세한 메모 내용에 대해선 "기억나지 않는다"고 궁색한 답변으로 발뺌했다. [사진제공-민주노동당 이정희 의원실] | 이정희 의원은 "국군기무사는 군사보안과 군방첩, 군과 관련이 있는 첩보의 수집과 처리, 군 수사기관으로서 군사법원법에 규정된 군사법원 관할 범죄사건의 수사 등을 관장한다"며 "따라서 군사보안이나 군방첩과 관련하여 민간인의 신상자료가 필요한 경우, 민간인에 대해서도 수사권을 보유한 경우 등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 이외에는 민간인에 대한 첩보의 수집이나 수사를 할 수 없고, 수사 및 첩보 수집을 하는 경우에도 헌법과 법률의 규정에 따른 절차를 따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자체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사찰 자료에 등장하는 민간인들은 군사보안, 군방첩, 군수사 등 군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사람들"이라며 "군과는 전혀 상관없는 사람들에 대해 기무사 요원들이 미행 하고 촬영하는 행위는 군사법원법 제44조에 따른 군에 관련한 첩보 수집 및 수사에 한정된 기무사의 직무범위를 일탈한 위법 행위"라고 비판했다.
이 의원은 또한 "역사책에서나 있어야 할 구시대적 행태가 이명박 정부에 의해 다시 살아난 것"이라며, 이번 사건에 대한 진상과 관련 책임자 문책을 국방부과 기무사에 요구했다.
민주당 김유정 대변인도 "군사독재시절 보안사의 민간인 사찰 망령까지 되살리고 있으니 대체 이 나라가 어디로 가려는 것인지 걱정"이라며 "정보기관의 민간인 사찰을 즉각 중단하고 국민이 납득할 수 있도록 경위를 소상히 밝혀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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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첩의 메모를 작성한 신 모 수사관의 주민등록증과 군작전차량증. [사진제공-민주노동당 이정희 의원실] | 이에 대해 기무사 관계자는 "지금 밝힐 수는 없지만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것은 그날의 활동은(5일 평택 집회 사찰) 쌍용 자동차와 관련한 것과는 다른 것이었다"며 "분명히 말씀 드릴 수 있는 것은 기무사 수사권 범위 내에서 합법적 확인 중이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수첩의 내용에 대해선 "그 사항에 대해서는 신 모 수사관(S씨)도 수첩의 자세한 내용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하고, 우리도 수사관 개인의 수첩에 있는 것이라 뭐라 답변 드리기 힘들다"고 적절한 해명을 하지 못했다.
그러면서 "8월5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가 있는 장병들에 대한 예방활동 중 신 모 수사관을 평택역에서 40~50명이 20분간 억류, 소속과 계급 군번을 밝혔는데도 폭행을 가하고 소지품을 강취한 것"이라며, 관련자들을 공무집행방해 및 특수폭행죄로 수사의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야당 당직자를 비롯한 민간인 사찰에 대한 조직적 활동이 드러난 수첩의 내용에 대해 기무사가 궁색한 답변만 내놓고 있어 논란이 커질 전망이다.
한편 1990년 보안사에서 복무하던 윤석양 이병은 노무현.이강철 등 당시 야당 정치인을 포함한 민간인 1,300여명에 대한 보안사의 대규모 사찰기록을 폭로했고, 야당과 시민사회단체들의 저항으로 노태우 정부는 군을 동원한 민간인 사찰 금지를 약속을 하고 1991년 보안사를 현재의 기무사로 명칭을 바꿨다. 윤 이병이 복무하기도 한, 민간인 조사로 악명을 떨쳤던 보안사 서빙고 분실은 1990년 말 폐쇄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