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이 주한 미군기지 이전 시점을 또 늦춰 달라고 우리 쪽에 요청한 속내는 뭘까? 국방부가 최근 작성한 ‘주한미군 재조정’ 문건을 보면, 미국은 사업기간은 2017~2018년, 연간 가용예산은 3억달러라고 밝히고 있다. 미국 쪽은 또 신속히 사업을 마무리할 수 있도록 방위비 분담금을 미 2사단 기지 이전에 전환해 사용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 미국의 노림수는? 시민단체들은 미국이 주한 미군기지 이전 연장을 빌미로 한국 정부를 압박해 더 많은 방위비 분담금을 미국이 부담하는 기지이전 비용으로 사용하려는 의도인 것으로 분석한다.
주한 미군기지 이전 계획은 한국이 비용을 부담하는 용산기지와 미국이 주로 비용을 부담하는 미 2사단 기지 이전으로 나뉘어 있다. 2008년 7월 예측치인 전체 이전비용 13조3천억원 가운데, 미국 부담은 7조5천억원에 이른다. 쟁점은 ‘미국 부담액에 한국 정부가 지원하는 방위비 분담금을 얼마나 투입하느냐’다. 한국 정부는 지난해에만 7255억원의 방위비 분담금을 주한미군에 지원했다.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 유영재 미군문제팀장은 “미군이 더 많은 방위비 분담금을 기지 이전에 사용하기 위해 한국 정부가 부담스러워하는 기지 이전 연장을 협상용 카드로 사용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 정부로서는 기지 이전 연기에 따른 추가부담 발생과 지역 주민의 반발 모두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실제 국방부가 작성한 ‘주한미군 재조정’ 문건에는 기지 이전 연기에 대한 대응 논리로 △기지 이전이 지연될 경우 주한미군을 지역발전의 장애물로 인식할 수 있고 △기지 이전 지연에 따른 경제적 손실을 주장할 수 있으며 △지역 주민들에게 반미 시위의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것 등을 들고 있다. 한국 정부가 기지 이전 지연에 부담감을 느끼고 있다는 방증이다.
■ 국방부는 뭐 했나? 국방부의 미온적인 대처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높다.
국방부는 주한미군 용산기지 이전협정 비준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하면서도, 구체적인 비용분담 내역 등을 공개하지 않았다. 비준동의안은 통과됐지만, 2006년 말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는 비준동의안 심사보고서를 채택하면서 “방위비 분담금 예산이 국회를 통과한 뒤 국회의 예산 심의·확정권을 침해하는 절차적인 문제를 시정하고, 분담금 예산이 미군기지 이전비용으로 사용되는 것에 대한 개선방안을 강구하라”는 부대의견을 냈다.
그러나 국방부는 새 정부 들어 태도를 바꿨다. 이상희 장관은 지난 8일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방위비 분담금을 미 2사단 이전비용으로 전용하는 것은 2000년부터 이미 한-미 양국 정부가 양해했던 것”이라며 “그 자금을 전용하는 것은 한-미 연합토지관리계획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한 국방부 관계자는 “군사시설 명목으로 배정된 방위비 분담금 가운데 미사용 적립금이 1조원을 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민주노동당 이정희 의원은 “국방부 장관이 방위비 분담금을 미군기지 이전사업에 사용하겠다고 말하는 것은 국회의 의견을 무시하는 것”이라며 “국민 혈세로 미국에 퍼주기를 하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