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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북미간 '근본문제'로 마지막 승부수
북, 북미간 '근본문제'로 마지막 승부수
힐이 제안받은 ‘획기적 해결책’은 무엇?
2008년 10월 07일 (화) 01:44:40 김치관 기자 ckkim@tongilnews.com
북한이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미국 부시 정권 보다는 차기 정권과의 북핵협상에 기대를 걸고 있을 것이라는 일반의 관측을 따돌리고 최근 방북한 크리스토퍼 힐 미국측 6자회담 수석대표에서 ‘평화적 해결방도’를 전하는 한편 ‘최후통첩’을 한 것으로 보여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후통첩' 보낸 두 가지 이유

북측 입장을 전하는 재일총련 기관지 <조선신보>는 인터넷판 6일자 기사에서 “조선측은 6자회담 미국측 수석대표를 맡아한 외교관을 통해 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방도를 전하고 이와 관련한 ‘최후통첩’을 한 것으로 보인다”며 “임기말에 들어선 부쉬정권이 ‘대화’와 ‘대결’의 기로에서 조선측의 제안에 어떤 결론을 낼지 주목된다”고 밝혔다.

특히 “부쉬정권이 자기 의무를 이행하지 않고 ‘제2 단계’를 마무리하지 않을 경우 조선으로서는 미국의 정책전환에 대한 아무런 담보없이 속수무책으로 ‘후임자’의 등장을 기다릴 수는 없다”며 “정책적 선택의 폭을 넓히기 위해서도 조선은 현존 핵계획을 6자합의 이전의 상태로 되돌리고 ‘핵억제력’ 강화의 조건을 갖추려고 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미국의 다음 정권은 처음부터 어려운 난제를 안게 된다”고 입장을 명백히 했다.

부시 정권이 ‘검증문제’로 시간을 끌고 있는 상황을 묵과하지 않겠다는 것이며, 그 이유는 “합의한 바 없는 검증문제를 미국이 갑자기 꺼낸 경위와 배경을 엄중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이 바뀌지 않았다는 진단이다.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이 바뀌지 않았는데 북측만 ‘자위력’ 강화를 위해 추진중인 ‘핵 프로그램’을 중단할 이유가 없다는 논리로 보인다.

다른 하나의 이유는 기술적인 문제와도 연관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
9월 19일 판문점에서 열린 ‘경제.에너지 남북 실무협의’에서 북측 현학봉 단장은 “무력화 중단이라는 것이 무력화 하던 설비를 그대로 놔두는 게 아니다. 다 떼냈던 설비를 그대로 놔두면 그게 녹슬고 못쓰게 되면 우리가 손해보는데. 무력화 중단이라고 하면 고유한 의미에서 원상대로 복구한다는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80%이상 진척된 것으로 알려진 영변핵시설 불능화 조치를 중단한 상태에서 마냥 시간만 끈다면 북측이 ‘손해’를 보기 때문에 결국 불능화시킨 영변핵시설의 원상복구에 나설 수 밖에 없으며, 원상복구를 통해 북측의 ‘정책적 선택의 폭’도 넓혀 미국 차기 정부와의 협상력도 높일 수 있을 것이라는 논리이다.

군사분야 포함한 북미간 ‘근본문제’

그렇다면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부시 정권이 ‘대화’냐 ‘대결’이냐를 강요받은 북측의 제안이 무엇일까에 자연히 관심이 모아진다.

먼저 “현재의 교착상태를 타개할 수 있는 당사국은 조선과 미국이다”며 “합의점을 찾지 못할 경우 조선의 지하핵시험(2006,10) 이후 재가동한 6자구도는 붕괴의 위기에 처할 수 있다”고 적시해 북측의 제안이 6자회담 틀을 넘어선 북미간의 사안임을 시사했다.

특히 “현시점에서는 조미가 적대관계 청산의 이정표를 세워야 할 필요성이 제기된다”며 “조선은 이번에 외교창구와 군대가 한목소리로 미국측에 마지막 기회를 제공하였다”고 밝혔다.

즉 내용은 북미간 적대관계 해소라는 이른바 ‘근본문제’와 연관돼 있고 범주는 외교는 물론 군사 분야까지가 포함되었음을 유추할 수 있다.

“원래 핵문제를 해결하려면 군사문제 논의는 불가피하다. 조선반도에서 전쟁상태가 지속되는데 조선이 핵무기를 스스로 버리는 일은 없을 것이다”고 한 대목도 이를 뒷받침한다.

<조선신보>는 2단계 이행계획에는 군사문제가 포함되지 않지만 미국이 테러지원국 해제 약속을 지키지 않아 초보적인 시험에서도 ‘불합격’ 판정을 받음으로써 군사문제가 개입되고 있다고 적시했다.

신문은 “힐 차관보가 이번 조선방문기간에 박의춘외무상, 김계관부상 이외에 리찬복 조선인민군 판문점 대표부 대표를 만났던 사실은 눈여겨 볼만하다”며 “실제로 이에 관한 입장을 공식표명한 지난 8월의 외무성 대변인 성명은 핵시설복구가 ‘해당기관의 강력한 요구’에 따른 것이라고 하였다”고 이례적으로 최근 일련의 흐름에 북한 군부가 연관돼 있음을 분명히 밝히고 나섰다.

"조선인민군은 작년 7월, 조미군부회담의 개최를 미국측에 제안한바 있다"고 상기시킨 것처럼 북측이 북미간 고위급 군사회담을 제안했을 개연성도 있어 보인다.

한반도 지각변동 가능성도

<조선신보>는 북측이 힐 차관보에게 전달한 제안에 대해 “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방도”라고 했으며, “미국의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시간이 촉박한 것만큼 대범하고 획기적인 해결책이 제시된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물론 구체적으로 그 제안이 무엇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그러나 “현재의 조미 대립구도는 6자회담에서 논의되여온 핵문제가 본질적으로 조선반도와 동북아시아의 안전보장에 관한 문제라는 사실을 상기시키고 있다”고 적시해 ‘정전체제’의 해소와 ‘평화체제’ 구축에 관한 문제일 것이라는 관측도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지난 3일 북한을 방문하고 돌아온 힐 차관보는 “외무장관들이 서로 접촉할 것”이라고 언급했고, 힐 차관보를 만나 본 김숙 한국측 6자회담 수석대표는 “한.미간의 외교장관, 또 정상간의 협의도 필요하다면 가질 예정”이라고 밝혀 북측의 제안이 6자회담 실무차원을 넘어선 것임을 시사했다.

특히 한미간 고위협의가 필요한 사안이라는 발언에 비추어 정전체제나 주한미군 등 한미관계의 ‘근본문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북미간 외교.군사적 사안일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만약 미측이 주장하고 있는 검증을 북측이 수용할 경우 그에 상응하는 남측 지역의 미국군과 한국군에 대한 검증 문제도 ‘행동 대 행동’ 원칙에 입각해 함께 수용해야 할지도 모른다.

더 나아가 북미간 종전선언을 토대로 한 관계정상화가 추진되고 주한미군의 성격이 변화되는 한편 남북간 평화선언 내지는 평화협정이 모색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부시 정권은 임기말이자 대선을 코앞에 두고 있고, 북미관계 진전을 북측만큼 절실히 원하지 않을 수도 있다.

따라서 일각에서는 미국이 받을 수 없는 큰 제안을 던져 결국 북측이 명분상 우위에 서서 미국의 정권 교체기를 지켜보겠다는 포석이라는 해석을 내놓기도 한다.

힐 차관보 방북 직후인 5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행보가 오랫만에 언론에 등장한 시점에서 6일 <조선신보>를 통해 북측의 기류가 전해져 온 것도 우연의 일치 만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어쨌든 다시 공은 미국에게 넘어갔고 부시 정권이 북한의 강공 드라이브를 받아넘길 의지와 뒷심이 있을지 지켜 볼만한 일이다.
작성일자 : 2008년 10월 0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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