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정보게시판 > 새소식
새소식 이전자료
“구걸하다시피 협상 하니까 촛불을 들지”

[드림이만난사람]시대의 지성 리영희 선생
“구걸하다시피 협상 하니까 촛불을 들지”

 

그는 `개안’이다. 세상의 사고가 굳어 있던 시절, 그의 눈빛 속에는 차가운 이성이 살아 있었다. 그가 보여준 세상은 달랐다. 모두가 눈앞의 것만을 믿던 때 그는 권력의 내부를 파고 들어 지식인의 삶이 어떠해야 하는가를 증명했다. 많은 기자들이 권력과 서로 내통하며 주류로 편입되는 동안 그는 묵묵히 시대의 양심을 썼다.

눈빛에 서늘한 의식을 담고 있는 사람, 시대의 지식인이라고 불리는 사람, 먼 발치에서 대면하는 것만으로도 경외를 느끼게 하는 사람. 리영희(80) 선생이다. 개인의 편안함 대신 권력과의 전면전을 선택했던 그의 삶은 고난과의 동거였다. 경제는 청계천 미나리꽝 근처의 낡은 집을 벗어나지 못했고, 차가운 감옥 안에 삶을 저당 잡혀야 했던 시간이 길었다.

그리하여 선생의 글은 세상을 눈뜨게 했다. 모두가 미국의 허위 속에 살던 시절, 그는 케네디 정부가 박정희 정권을 용인해주는 대가로 베트남 참전을 조건으로 내걸었다는 기사를 썼다. 모든 신문이 휴전선 저쪽의 나라를 `북괴’라고 표현하던 때, 그는 `북한’이란 용어를 처음으로 기사 안에 들여왔다. 그의 기사를, 책들을 읽으며 어떤 사람들은 삶의 길을 찾았다. 그의 책 `전환 시대의 논리’는 지금도 대한민국을 바꾼 저서의 목록 안에서 꾸준히 언급된다. 시대의 허위는 그의 냉철한 의식 앞에서 무력했다.

시간은 어떤 것보다 위에 있다. 부축 받지 않으면 의자에 앉기조차 힘든 그를 만나며 시간이 무서웠다. 견고하던 독재의 날들도 시간 앞에서 부서졌다. 2006년 9월 그는 세상과 등을 돌렸다. 이제 얼마 남지 않은 자기 삶 속으로 천천히 걸어 들어간 것인데 아름다운 침잠이었다. “이제는 지적 활동을 마감한다”는 것이 마지막 변이었지만 시대가 시간을 거꾸로 돌려놓은 듯 수상하니 양심은 다시 `촛불’에 대해 입을 연다.



`양심’의 가장 아름다운 얼굴

그는 기자였다. 1957년 합동통신으로 시작했고, 60년대에는 조선일보에서 일했다. 물론 오래가지 못했다. 그의 기사는 세상을 뒤흔들었고, 기사와 삶이 일치해 취재의 현장에서 구호를 외쳤다. 권력의 눈치보기에 급급했던 언론사들은 그를 밀어냈다. 탄압의 시간이 길었지만 그는 끝끝내 입을 닫지 않았고, 펜을 멈추지도 않았다.

처음부터 그에게 언론은 민주화의 다른 이름이었고, 지식인의 숙명이었다. 5·16 군사 쿠데타에 반대하는 글을 `New Republic’에 기고하는 것을 시작으로 그는 감옥과 친했다. 엄혹의 시절 해직과 복직이 반복됐다.

1964년에는 유엔의 남북한 동시 초청을 기사화 했다가 반공법 위반으로 구속됐다. 1977년에는 그의 책 `9억인과의 대화’가 중국공산당을 미화했다는 이유로 반공법 위반에 걸려 구속된 뒤 복역했다. 1989년 한겨레신문 재직 당시에는 방북취재를 기획했다가 다시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복역했다. 돌아보면 그는 지치지 않는 투사이면서 이론가였고 세상을 일으킨 양심의 가장 아름다운 얼굴이었다. 거친 물결 같은 격랑의 시간에 대해 그의 언급은 의외로 간략하다.

“인간은 힘이 미약해. 거짓과 폭력으로 억압하는 사회에서는 모두가 소외된 인간일 수밖에 없어. 근데 나는 소외된 인간으로 살고 싶진 않았어. 만약 내가 폭압의 희생자가 된다면 어쩔 수 없는 거야. 난 그냥 인간이고 싶었거든. 사실 누군가를 변화시키겠다고 살아온 게 아니라 내가 본 진실에 충실했던 것 뿐이야. 언론인으로서, 지식인으로서 거짓논리에 승복할 수 없었던 거지.”



“미국, 변태적인 권력의 성교”

그의 삶을 다시 해석하면 미국의 진짜 얼굴을 알리는 역할쯤 된다. 그는 이 나라에서 미국이 점령군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것을 밝혀내기 위해 오랜 시간을 싸웠다. 그것은 인식과의 싸움이었고, 자기 이익에만 몰입해 국민은 뒤에 있는 권력과의 치열한 사투였다. 왜 미국이었을까? 아주 간단하다. “모든 부패의 근원이 미국”이기에 그렇다.

그는 이 나라 정부와 미국의 관계를 `새디즘’과 `마조히즘’이란 말로 표현한다. 한쪽은 가해를 하며 성적 쾌락을 얻고, 반대로 어느 한쪽은 가해를 당하는 것으로 성적 쾌락을 얻는다는 말인데 근대사의 중요 지점들을 살펴보면 틀리지 않다. 국가가 국민을 길들이기 위해 사용한 최대의 무기는 `레드 콤플렉스’였고, 미국은 툭하면 `주한미군 철수’를 입에 올렸다.

“저들은 남북관계의 긴장으로 50년을 해먹는 거야. 한때는 위기이던 때도 있었지만 지금은 아니야. 국민들이 지금도 그런가하는 의구심을 한 번쯤 가져보면 되는데 50년 동안 믿어왔던 대로 그냥 믿는 거야. 사실 미국이 이 나라에 아직도 군사를 주둔시키는 것은 북한을 겨냥한 게 아니라 앞으로 강대해질 중국과의 냉전에 대비하는 거야. 근데 우리는 미국에게 무조건 있어 주라 하고 돈을 갖다 바치지. 심각한 자기상실이야.”

촛불정국도 사실 그 관계의 연장선 위에 있다. 정당한 국민들의 요구를 보호해야 하는 집권세력들이 미국의 눈치만 본다. 그들의 권력이 어디에서 나왔는지를 미리 살필 필요가 있다. 그들은 지배국가의 요구대로 행동하면서 권력을 유지했다. 따지고 보면 일종의 `조공외교’다. 50년 동안 그렇게 살았다.

“자기들을 뽑아준 국민들의 복지와 생명과 이익은 안중에도 없어. 미국의 이익과 체면이 우선이야. 이번 쇠고기 문제도 국민들이 들고 일어나니까 말을 바꿔가면서 겨우 자백을 하는데 이 나라의 권력자들은 미국에 아첨해서 기생하는 속물들이었던 거야.”



시대의 눈물 그리고 희망, 촛불

상황이 만만하지 않다. 촛불의 숫자는 자고 일어나면 늘고, 도심의 거리는 켜든 촛불로 따뜻하다. 이 아름다운 풍경의 연출이 시작된 때는 언제였을까. 그렇다. 이 나라의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해 굴욕적인 미국산 쇠고기 수입협상을 타결시키고 온 직후이다. 굴욕이 분노를 낳고, 분노가 촛불을 낳았다.

“한미관계의 실태를 이해하면 우리 정부가 미국에 가서 빌 이유가 없어. 미국은 세계 60개 나라와 군사동맹을 맺고, 군대를 주둔시키고 있어. 근데 군사기지는 미국이 사용하면서 기지료 대신 어마어마한 돈을 오히려 상납 받는 나라는 우리 뿐이야. 쇠고기 협상도 물건 좋으면 정정당당하게 상품 사주고, 다른 나라와 한 것처럼 하면 되는 거지. 구걸하다시피 굴욕적으로 협상을 하니까 국민이 촛불을 들지.”

그는 이즈음 분노하면서 한편으로 마음이 놓인다. 그는 지금껏 인터넷을 모르고 살았다. 그가 세상과 대화하는 형태는 오로지 글로 써서 종이에 표현하는 방식이었다. 다른 수단은 알려고 하지도 않았고, 그 힘을 믿지도 않는다. 지금 그의 마음이 변하고 있다. 인터넷이 새로운 문명을 창조해 새로운 인간을 만들고, 무엇보다 현대인의 사회적 유대구조 속에서 정신적 활동을 지배하는 놀라운 힘을 가졌다는 인식의 발견이다.

“우리 세대는 혹독한 세상을 겪어오며 사회성이 있었어. 그때랑 비교하면 지금 젊은이들이 걱정스러웠지. 떠날 날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과연 저들이 사회문제의 주역으로 설 수 있을까 의문이 깊었어. 촛불을 보며 새삼 느껴. 싸움의 방식과 형태를 달리할 뿐 새로운 세대의 젊은이들에게 충분히 시대를 맡기고 떠나도 되겠구나!”

작성일자 : 2008년 06월 12일
총 1458의 글 ( 65 / 73 )
번호 파일 제목 작성일자 조회수
178 <올브라이트 등 `힐러리 3인방' 오바마 지원>08-06-196977
177 "韓, 작년 美서 핵무기실험 평가물품 구매"<美국무부>08-06-186660
176 미국산이 호주산으로…소들의 '둔갑술' 충격08-06-187086
175 400억원 사기행각' 현역군인 일당 적발(종합2보)08-06-177091
174 16-20일 군산서 한.미연합 '맥스선더' 첫 실시08-06-167415
173 해내외 전체 조선동포들에게 보내는 호소문08-06-166915
172 부시영국방문 반대시위08-06-167042
171 미국 언론도 미국쇠고기 안정성에 비판을 하고 있건만08-06-156740
170 미군의 공습은 '완전한 침략 행위'08-06-136785
169[선택] “구걸하다시피 협상 하니까 촛불을 들지”08-06-126344
168 국방부, 미군기지사업단 조직개편 단행08-06-126456
167 `6.10 촛불' 최대인파..평화적 거리시위(종합2보)08-06-116561
166 美, 한반도 관할 첫 핵항모 조지워싱턴호 배치연기08-06-116726
165 北판문점대표부 "모든 억제력 강화 불가피"08-06-116353
164 20만 촛불 바다, "명박아 방빼라"08-06-076809
163 버시바우 언행에 담긴 국제정치학08-06-066859
162  “미 8군사령부 하와이 이전”08-06-066837
161 "미군 무인정찰기 의존도 갈수록 높아져"< NYT >08-06-056841
160 中외교부 ‘한미 군사동맹은 냉전유물’08-05-287601
159 "美, 한국 PSI 가입 기대"<美고위관리>08-05-286693

[이전 10개][61][62][63][64][65][66][67][68][69][70][다음 10개]
 
 
 
 
E-mail : onecorea21@hotmail.com | TEL. 02) 6406-6150
Copyleft (c) 1999 주한미군철수운동본부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