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우병외 병든 쇠고기까지…수입조건 ‘슬쩍’ 완화
광우병 국제기준과 관련없는 부분도 '끼워넣기'
정부가 한-미 쇠고기 협상에서 광우병과 직접 관련되지 않은 수입조건에 관해서도 미국에게 상당폭 양보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금까지 정부는 미국이 국제수역사무국(OIE)으로부터 광우병 위험통제국 지위를 받아 수입위생조건 개정을 위한 협상에 나섰다고 설명해왔지만, 실제 협상 결과 광우병 국제 기준과 관련 없는 부분도 슬쩍 '끼워넣기' 식으로 2006년보다 수입조건을 완화해 준 것이다.

우선 2006년 1월 한-미가 합의해서 만든 '미국산 쇠고기 수입위생조건' 2조를 보면, '미국의 질병발생과 관련하여, 구제역은 수출쇠고기의 선적전 과거 2년간, 우역·우폐역·럼프스킨병·리프트계곡열은 과거 3년간 각각 발생된 사실이 없어야 하며, 이들 질병에 대한 예방접종을 실시하지 않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달 18일 타결된 새 수입위생조건에서는 '구제역의 경우 과거 12개월, 우역·우폐역·럼프스킨병과 리프트계곡열은 과거 24개월 동안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로 각각 1년씩 단축시켜줬다.
또 2006년 수입위생조건 15조에는 '이온화 방사선 또는 자외선으로 처리되어서는 아니되고 연육제가 투여되어서는 안된다'고 표현돼 있다. 하지만 이 규정도 새 수입위생조건에는 '쇠고기 및 쇠고기 제품은 한국 법규에 따라 이온화 방사선, 자외선 및 연육제로 처리될 수 있다'로 바뀌었다.
이온화 방사선 처리는 미국에서는 허용을 하지만, 국내에서는 아직 대부분의 식품에서 금지되고 있다. 이온화 방사선 처리는 방사선을 쪼아 세균을 죽이는 것인데, 미국 도축장에서 살모넬라균 등에 오염된 소를 깨끗한 소로 둔갑시키기 위해 활용될 수 있다.
이와 함께 2006년 수입위생조건에서는 '도축소는 한국정부가 승인한 작업장에서 미국정부 수의관이 실시한 생체 및 해체검사 결과 이상이 없고 건강한 것이어야 한다'고 표현된 부분이, 새 수입위생조건에서는 '쇠고기 또는 쇠고기 제품은 육류작업장(도축장)에서 상주 미국 농업부 수의사의 감독 하에 미국 농업부 검사관이 실시한 생체 및 해체검사에 합격한 소로부터 유래하였다'고 바뀌었다. 과거에는 '건강한 소'라야 수출을 할 수있었는데, 이제는 미국 스스로 검사인력 부족 등으로 허술하다고 인정하는 '검사합격' 절차만 거치면 수출이 가능해진 것이다.
미국 학교급식에도 안쓰는 ‘선진회수육’까지 수입 허용
ㆍ부산물도 함께…美축산업계 막대한 이익
한·미 쇠고기 협상 타결로 새로운 수입위생조건이 시행되면 미국은 자국 축산업계 관계자들이 '환상적(fantastic)'이라고 표현할 만큼 막대한 이익을 챙길 것으로 보인다.
이는 우리 정부가 한·미 쇠고기 협상에서 미국인들이 거의 먹지 않는 내장 부위 등에 대한 수입규정을 대폭 완화한 데다 미국조차 학교 급식에서 사용하지 않는 햄버거 등 쇠고기 가공식품의 원료인 선진회수육(AMR)의 수입을 허용했기 때문이다. 한·미 쇠고기 협상 타결로 미국 축산업계의 이윤은 보장된 반면 우리 국민건강이 희생된 것이다.
22일 보건의료단체 연합이 미국 학자들이 작성한 논문 등을 토대로 분석한 결과 미국에서 식용으로 사용하지 않는 소장 등의 부위를 수출할 경우 미 축산업계는 2004년 기준으로 약 1억달러의 이익을 올릴 것으로 추정됐다.
일각에서는 내장 중 광우병 특정위험물질(SRM)에 해당하는 것은 회장원위부(소장 끝부분)이지만 그동안 미국산 쇠고기에서 갈비뼈 검출 등 수입위생조건을 위반한 사례를 고려할 때 내장에서 회장원위부를 제대로 제거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대부분 냉동상태로 수입되는 내장에 대해 국내 검역과정에서는 육안검사로 확인해야 하지만 실질적인 검사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는 한·미 쇠고기 협상에서 고압기술을 사용해 뼈에 붙어 있는 육점 및 단백질 등을 회수하는 선진회수육(AMR)의 수입을 허용함으로써 미국 축산업계에 막대한 이익을 안겨주게 됐다. SRM 또는 중추신경계 조직을 포함하지 않는 선진회수육의 수입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작 미국은 소의 연령이나, SRM을 제거하는 것과 관계없이 학교 급식에서조차 선진회수육 자체를 사용하지 않고 있다. 신경세포가 활발하게 성장하는 어린 학생들에게 해가 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선진회수육은 햄버거 등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쇠고기 가공식품의 원료로 사용된다.
보건의료단체연합 우석균 정책실장은 "미국이 살코기를 제외한 뼈있는 쇠고기와 내장 등 부산물 수출에 집착하는 것은 막대한 이윤이 보장돼 있기 때문"이라며 "살코기를 뺀 나머지 모든 부위를 수출함으로써 얻는 이익은 상상을 초월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병선 건국대 교수(경제학)는 "한국이 광우병 위험성이 있는 미국산 소의 안정적인 소비처가 된다는 데 심각한 문제가 있다"며 "이번 한·미 쇠고기 협상 타결로 타이슨 푸드, 카길 등 다국적 농식품 복합기업들이 큰 혜택을 보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미국은 도축장에서 쇠고기 가공장까지 적용되는 까다로운 수출 증명프로그램을 운영할 필요가 없게 됐다. 미국은 일본, 멕시코, 대만 등 수출국 별로 수출증명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지만 한·미 쇠고기 협상결과 수입위생조건이 대폭 완화되면서 우리나라로 수출되는 물량은 사실상 이 프로그램이 필요없게 됐기 때문이다.
정부 “쇠고기 - FTA 무관” 은 거짓말
ㆍ인수위보고 자료서 확인 … 본지 단독입수
ㆍ美 "비준 위해 수입시기 앞당겨달라" 압박

↑ 야당 의원들, 청와대앞 촛불시위 민주노동당 등 야당 의원들이 21일 밤 청와대 앞에서 촛불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들은 지난 20일 정부가 발표한 한·미 쇠고기 협상 추가 협의 내용에 반대하며 공동 농성에 돌입, 쇠고기 협상 무효화와 재협상을 촉구했다. 정지윤기자

미국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조기비준을 위해 30개월 이상 쇠고기 수입 시기를 앞당겨달라고 우리 정부를 압박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미국이 한·미 FTA 비준 시기와 30개월 이상 쇠고기 수입의 전제조건이 된 동물성 사료금지조치 강화 시기를 연계하고 있다는 사실은 지난 1월 초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까지 보고된 것으로 밝혀졌다. 이로써 한·미 쇠고기 협상 결과가 한·미 FTA 비준과는 무관하며 '동물성 사료금지조치 공포는 우리 정부가 미국에 요구해 받아낸 성과물'이라는 정부의 설명은 거짓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21일 경향신문이 단독입수한 지난 1월 대통령직 인수위 업무보고 자료에 따르면 농림부는 '미국이 한·미 FTA를 내세워 30개월 이상 쇠고기 수입 허용 시기를 동물성 사료금지 조치 이행 시점이 아니라 공포 시점으로 앞당겨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농림부는 업무보고 자료에서 "우리 측은 우선 30개월 미만 뼈 포함 쇠고기를 수입하되 미국 측의 강화된 사료금지조치를 이행하는 시점에서 월령제한을 해제하는 방안을 제시했으나 미국과의 입장차이 때문에 합의를 보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농림부는 이어 "미국 측은 사료금지조치 이행시까지 1년 이상 소요되어 한·미 FTA 비준을 위한 미 의회 설득이 어려우므로, 사료금지조치 공포 시점에 국제수역사무국(OIE) 기준의 완전 수용을 요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은 우리 정부를 상대로 올해 안에 한·미 FTA를 체결하고 싶으면 동물성 사료금지조치를 공포하는 시점에 30개월 이상 쇠고기도 수입하라고 '압력'을 가한 셈이다.
농림부는 인수위에 보고한 자료에서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수입위생조건 개정은 한·미 FTA와 연계시키지 않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뒤 이 같은 농림부의 입장과는 달리 쇠고기 협상을 통해 우리 정부는 미국이 요구한 대로 동물성 사료금지조치 공포 시점에 30개월 이상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허용했다.
이해영 한신대 교수는 "이명박 정부가 한·미 FTA 조기 비준을 위해 30개월 이상 쇠고기 전면수입을 허용했다는 사실이 명백하게 드러난 셈"이라고 말했다.
‘ABC도 모른’ 버시바우…孫대표에 전화 “쇠고기 유감” 표명
ㆍ민주 "상식·절차 어긋나" 해명 촉구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국 대사(사진)가 여야의 최대 정치적 쟁점인 쇠고기 재협상 문제와 관련, 통합민주당 손학규 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매우 실망스럽다"고 유감을 전한 것으로 밝혀졌다.
국내 문제와 관련한 주한 외국 대사의 야당 대표에 대한 직접적인 유감 표명은 외교적 결례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민주당도 버시바우 대사에 대해 "정말 실망스럽다"며 공식적인 유감과 함께 해명을 촉구했다.
민주당 차영 대변인은 21일 "버시바우 대사가 오늘 오전 손학규 대표에게 전화해 '어제 (손 대표가 이명박 대통령과의 회동에서) 30개월 미만의 소만 수입해야 된다'고 지적한 것에 대해 매우 실망스럽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또 "과학적 근거없이 왜 반대하나. 국민들에게 불안을 야기한 것도 유감스럽다"는 말도 덧붙였다고 한다.
손 대표는 느닷없는 항의 전화에 "지금 이야기하려는 게 무엇인가"라며 "나는 쇠고기 협상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이런 상황에 처하게 된 것이 유감스럽지만 미 대사가 야당 대표에게 이런 식으로 정책에 대해 전화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반박했다. 손 대표는 "나를 찾아오든지, 면담을 요청하든지 해야 했을 것 같다. 형식, 내용이 매우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두 사람간 통화는 통역없이 영어로 5분간 이루어졌다.
손 대표는 통화 뒤 "어처구니 없다"는 말과 함께 불쾌한 반응을 보였고, 당 지도부는 형식·절차 문제에 대한 검토에 들어갔다. 18대 국회의원 당선자인 송민순 전 외교부 장관은 "외교적 결례다. 나중에 야당이 미 대사관에서 항의받고 아무말 못했다고 오해살 수 있으니 공개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 결국 민주당은 통화 내용을 공개했다.
버시버우 대사는 민주당의 해명 요구에 "우리는 사적인 대화를 나눴다. 민주당이 사적인 대화를 공개한 데 대해 놀랐다"며 다시 유감을 나타냈다. "나는 한국의 정치인들과 사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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