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지난달 19일 한-미 정상회담에서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주둔경비 지원금) 제도 개선에 합의한 것과 관련해, 한국 쪽 부담 방식을 현재의 현금 위주에서 현물 위주로 대폭 바꾸는 내용을 뼈대로 한 협상안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당국자는 12일 “한국이 제공하고 있는 분담금 가운데 거의 전액 현금으로 제공하는 군사건설비를 집행 투명성 제고 차원에서 현물로 제공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한국이 부담하고 있는 분담금 가운데 현금 지급이 불가피한 주한 미군기지 고용 한국인 인건비를 뺀 나머지 군사건설비(비전투시설 지원)·연합방위력증강사업(CDIP·활주로 부두 등 전투용이나 전투근무 지원 시설)·군수지원비(탄약저장·수송시설 등의 유지 용역) 등은 모두 현물로 제공하겠다는 뜻이다. 현재는 인건비 전액과 군사건설비의 95%는 현금으로 제공하고 있고, 연합방위력 증강사업과 군수지원비는 100% 현물로 제공하고 있다. 정부의 이런 방침이 현실화할 경우 2006년 집행 기준으로 분담금 가운데 78.5% 수준인 현금 제공 비중은 41% 수준으로 낮아지게 된다. 방위비 분담금은 지난해 정부 예산에서 7255억원이 집행됐고, 올해엔 7415억원이 편성돼 있다.
권종락 외교통상부 1차관은 지난 8일 방한 중이던 존 네그로폰테 미국 국무부 부장관을 만나 “분담 체계를 현금 위주에서 현물 위주로 점진적으로 바꿔나가는 게 필요하다”고 기본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미국 쪽은 즉답을 피했다고 정부 당국자가 밝혔다.
하지만 미국 쪽은 자신들의 집행 자율성이 높은 현금제공 위주의 ‘총액 기준’ 방식을 바꾸는 데 소극적이고 오히려 한국 분담 비율의 상향 조정을 요구하고 있어, 실제 협상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정부는 협상 과정에서 한국 쪽의 부담 몫이 지금보다 늘더라도 현물 위주 제공 방식을 관철하겠다는 방침을 내부적으로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핵심 관계자는 “우리 부담이 좀 늘더라도 현물 제공 위주로 바꾸는 게 방향이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협상과정에서 한국의 분담금이 늘어날 경우 시민단체의 반발 등 논란이 예상된다. (한겨레신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