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연합뉴스) 김재홍 특파원 =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참전했다가 사망한 일부 미군 병사의 유해가 애완동물 화장장이라는 간판이 붙여진 화장시설에서 화장된 사실이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
미 국방부는 사안의 민감성을 감안해 파문이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긴급 기자회견을 자청했다.
워싱턴 포스트(WP)는 미군이 2001년 이후 이라크와 아프간 그리고 다른 지역에서 사망한 일부 미군 병사들의 유해를 애완동물 사체까지 화장하는 시설을 동시에 갖추고 있는 델라웨어 화장장에서 화장해오다 국방부의 금지조치로 지난 9일부터 이곳에서 전사자들에 대한 화장을 즉각 중단했다고 10일 보도했다. 도버 공군기지 부근 공업지대에 있는 델라웨어 화장장은 그동안 200여명의 미군 병사의 유해를 화장했다고 이 시설 관리인의 말을 인용해 포스트는 전했다. 화장장 관리인은 그러나 사람의 유해와 애완동물을 화장하는 시설은 분리돼 있으며 애완동물 화장시설을 거쳐간 유해는 한 구도 없다고 주장했다. 국방부는 유해와 동물의 사체가 뒤섞여 처리됐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이 시점에서 어떤 유해가 부당하게 처리됐다는 어떤 증거도 갖지 않고 있다"고 제프 모렐 국방부 대변인은 말했다.
그러나 미군은 전사자에 대해 극도의 예우를 갖춰 각종 의식을 진행해왔기 때문에 만약 이번에 전사자 유해 중 한 구라도 애완동물을 화장하는 시설에서 화장된 사실이 드러날 경우 미국 내에서
이라크 전쟁에 대한 반대와 더불어 공분을 불러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일부 전사자의 유해가 애완동물 화장장이라는 이름이 붙여진 시설에서 화장되고 있다는 사실은 국방부 소속의 한 장교가 델라웨어에서 열린 동료의 화장식에 참석해 드러나게 됐다. 이 장교가 애완동물 화장장이라는 간판이 붙여진 이 시설의 사진을 첨부해 상관에게 보고했고
로버트 게이츠 미 국방장관은 전사자들에 대한 정책과 더불어 유해 화장 등에 대해 종합적인 검토하도록 지시했다. 게이츠 장관은 이번 사태와 관련, "전사자들의 정중한 예우에 이 시설과 간판이름은 무감각하고 전적으로 부적절했다"고 지적하고 "전사자 가족들에게 국방장관으로서 심심한 사과를 표한다"며 깊은 유감을 표시했다. 게이츠 장관은 "규정에 애완동물도 화장하는 시설에서 전사자를 화장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고 해도 이것은 부적절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