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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뇌부 재가없인 사찰 불가능한데…기무사 ‘꼬리 자르기’
수뇌부 재가없인 사찰 불가능한데…기무사 ‘꼬리 자르기’
 
[한겨레]사찰은폐 대책회의 의혹


말단요원에 책임 떠넘겨…국방부 허위보고 의혹도


"아이디 도용→개인적으로→동기부탁" 옹색한 변명

국군기무사령부가 조선대 기광서(48) 교수의 전자우편 등을 해킹한 사실이 들통나자 이를 은폐·축소하기 위한 대책회의를 열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기무사 민간인 사찰의 실체에 관한 궁금증이 더해가고 있다. 군 내부에선 여러 정황상 실제 대책회의가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는 시각이 많다.

■ 기무사, 끊임없는 말바꾸기

기무사가 의심을 사는 첫째 이유는 기 교수 해킹사건이 불거진 뒤 말바꾸기를 반복해왔다는 점이다. 기무사는 경찰 수사에서 광주·전남 기무부대 소속 김아무개(35) 군무원과 장아무개(35) 중사의 아이디(ID)가 해킹에 사용된 사실이 확인되자 '요원들의 아이디가 도용됐다'고 해명하더니, 이들이 해킹 사실을 자백한 뒤에는 '요원들이 개인적으로 알아본 것'이라고 말을 바꿨다. 지난 18일에는 서울 송파지역 기무부대 군무원이 해킹에 가담한 사실이 밝혀지자 '(광주·전남 기무부대에 근무하는) 군무원 동기가 부탁해 이를 도와준 것'이라는 옹색한 답변을 내놓았다.

기무사는 이 사건과 관련해 현지 기무부대에 대한 감찰을 했다고 밝혔다. 기무사 주장대로 일선 요원들 차원에서 그런 사찰이 이뤄졌다면, 사령부의 감찰 과정에서 이런 사실이 파악되지 않았을 리 없다. 하지만 기무사는 사건 발생 뒤 현재까지 시종일관 당사자들이 범행을 시인하는 등 어쩔 수 없는 상황이 돼서야 '변명성 해명'을 내놨다. 민간인 사찰에 대한 수뇌부의 책임이나 역할이 없다면 이렇게까지 소극적인 대응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평이다.

■ 위계 강한 조직…단독 범행 불가능

군에서는 기무사가 구조적으로 말단 요원들이 독자적으로 이런 '사고'를 칠 수 없는 구조라는 점에 주목하는 목소리도 있다. 기무사 근무 경력이 있는 한 군 간부는 "기무사는 매우 위계적인 조직으로 철저히 수직적으로만 움직이고 수평적으로는 정보 교류는커녕 서로 다른 사람의 일에 관심을 보이는 것도 금기시된다"며 "소속부대가 다른 군무원 동기에게 부탁해 뭘 하고 말고 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기무사가 그렇게 헐렁한 조직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기무 쪽 업무에 밝은 또다른 이도 "이 사건의 핵심은 단순한 첩보활동이 아닌 공작을 한 것이라는 점"이라며 "이런 공작은 일선 요원은커녕 단위 부대 차원에서도 실행을 결정할 권한이 없다. 최소한 사령부의 처장(대령)이나 부장(준장), 통상은 참모장(소장) 정도의 재가를 거쳐야 공작에 나설 수 있다"고 말했다. 수뇌부가 말단 부사관과 군무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꼬리 자르기'를 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인 셈이다.

■ 장성 인사 타이밍만 넘기고 보자?

기무사의 이해하기 어려운 수세적 방어와 관련해 군 인사와 연관성을 주목하는 시각도 있다. 파문이 커질 경우 11월 초로 예정된 군 장성 인사에서 기무사 수뇌부가 '물먹을'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한 군 관계자는 "2009년 쌍용차 파업사태 때 불거진 민간인 사찰 논란도 일단 부인하고 뭉개려고 하지 않았느냐"며 "서울시장 선거가 지나고 연초가 되면 총선 국면으로 접어들어 국민의 관심권에서 멀어질 수 있다는 판단을 했을 법하다"고 말했다.

민간인 사찰에 은폐 의혹까지 불거지자 국방부도 내심 부담스러워하는 분위기다. 국방부 관계자는 "기무사령관이 장관에게 '아이디를 도용당했다'고 보고해 김관진 장관이 엄정 수사 지시를 내렸고, 이 사실을 대변인이 지난달 23일 공식 발표한 것"이라며 "기무사는 국방부 직할이지만 청와대에 직보하고 직거래를 하는 곳으로 장관도 뭐라 (지시)하는 게 쉽지 않은 곳"이라고 말했다.

이순혁 기자hyuk@hani.co.kr

국군기무사령부

간첩 색출과 쿠데타 방지를 목적으로 하는 군내 정보부대이다. 특무대, 방첩대, 육군 보안사령부, 국군 보안사령부 등을 거쳐, 1990년 윤석양 이병이 민간인 사찰을 폭로한 뒤 국군기무사령부로 개칭됐다. 사단급 이상 모든 부대에 기무부대가 설치돼 지휘관 동향 등을 파악하며, 여기에서 수집된 자료는 국방부와 청와대에 제출돼 인사에 활용된다. 이 때문에 군에서는 "아무리 높은 지휘관이라도 기무사 눈치를 안 보는 이는 없다"는 말이 자연스레 돌 정도다.

작성일자 : 2011년 10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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